사랑이라는 구도사랑이라는 구도 - 라온무브먼트 '천장' 어둠이 지나간 길을 날았습니다 보였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보이며 풍경 안에서 뒷모습이 휘어지는 우리는 사랑의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사랑하는 모습으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면 어디에 앉을 수 있을까 풍경 이후를 떠올리는 일은 구도를 향하는 길입니다 구도를 놓고 구도를 떠올립니다 사랑은 구도입니다 글 =이인호· 사진= 허명
서도호/'집 속의 집'/8.1 x 8 x 18.7m/반투명 섬유, 실, 철사/2020 뉴욕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 중인 서도호(1962~ )는 대한민국의 조각가, 판화가, 설치미술가이다. 그의 다양한 작업 중 가장 특별한 표현 방식은 손바느질로 재현한 반투명한 천집을 철사 구조를 이용해 공중이나 바닥에 배치한 '건축적 설치미술'이다. 실사 크기나 비율로 제작되어 더 압도적이며, 가볍고 빛이 투과되는 환상적인 재질의 거대한 집들은 세계 무대 데뷔와 동시에 그를 동시대 탑클래스의 아티스트로 만들었고, 현재 세계 유수의 미
서종주기다림서종주태화강에는 기다림이 있다.연어를 떠나보낸 할아버지가가을이면 목 뽑아강물만 내다보고 있다황새의 기다림은선 자세 그대로시간을 셈하지 않는다.떼까마귀의하룻밤 기다림이 있고갈대와 대숲의 기다림은머리가 희어지고허리가 굽는다.선바위는 남들의 기다림만 보고 있다.1997년 등단시집 「달같이 살고 싶어라」(1999), 「계절이 지나고 있을 때」(2005) 등 출간
쉐리 삼바 'J'aime la couleur', 2010, acrylic on canvas, 205 x 305 (cm)콩고공화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쉐리 삼바(Cheri Samba, 1956~ )는 '아프리카 미술의 외교관'으로 불린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바탕으로 콩고의 삶을 묘사하거나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건드리고, 때로 서구 중심의 시각을 비판하며 세계와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어젠다가 되어 대중의 의식이 변하기를 바라며 풍자와 도발로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텍스트를 가미한 뚜렷한 색감 표현이 특
서순옥. 십리 대숲의 비밀서순옥누가 물어나 봤는가세월은 여울목에 눌러 앉아 잠시 쉬어간다고누가 물어나 보던가세월은 여울목에 눌러 앉아 동지를 튼다고누가 물어나 봤겠지세월은 여울목에 눌러 앉아 입덧을 한다고누가 대답해주던가세월은 만삭이 되어 여울목에 눌러 앉았다고누가 가르쳐주던가바람 부는 날 혼자 가보면 저절로 알게 될 거라고2004년 , 2007년 동시 신인상2010년 문학일보 시조 신춘문예 당선
내드름연희단'춤추는 문화의거리'외등은 혼자 삽니다- 내드름연희단 '춤추는 문화의 거리'외등은 눈도 하나오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떠나는 모습은 못 봅니다외등은 그래서 왜 혼자인지 알 수 없습니다시간의 눈도 하나시간이 되면 외등은 저절로 켜집니다시간은 외등의 유일한 친구외등을 켜는 시간이 짧아지면외등도 덜 외로울까요우린 어떤 시간을 밝히고 있나요사진=허명·글=이인호
피필로티 리스트 / 'Spear To Heaven' / 비디오아트 / 2012 / 리움미술관 동시대 멀티미디어 예술을 견인한 마돈나'비디오의 마돈나'로 불리는 세계적인 영상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1962년~ )는 퍼포먼스, 음악, 조각, 영상 등이 어우러진 실험적인 비디오아트와 설치미술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비주얼 아티스트이다. 그녀의 작품은 강한 색채감과 속도감,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초현실주의, 추상 미술을 아우른다. 또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탐구를 주로 하여 페미니즘 미술을 대표하기도 한다.2
서금자.등대, 한 번도 앉지 못하고-울기등대서금자안개서린 저 노래는솔향을 말아 지었을까많은 날 중 흐린날을 풀어'뿌-우' 아이들 부르고은하수 모아 빚은 별거미줄로 늘여 밤바다에 푼다우주도 안을 우리네 어머니처럼망부석 된 박제상 부인처럼울산 끝자락 '울기'에서 한 세기를 버티어밀어낸 시간에도 밀려드는 시간에도그대는 일편단심으로 섰다대왕암 물빛 다듬는 손길 더 눈부시고비파음 아련한 슬도는 푸르게 깨어난다바람은 날갯짓마다 꿈을 실어 나르고한 잠 눈도 못 붙이고소리로 키우는 꿈바다 향한 끝없는 기도로먼 길 나간 자식들
베르나르 브네 / 'GRIB 1' / 토치절단·강철에 왁스 / 225×215×3.5(㎝) 시원한 붓질을 보는듯한 이 조형물의 작가는 프랑스 태생의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1941- )다. 그리고 이 작품은 종이 위의 낙서가 아니라 강철 부조이다. 베르나르 브네는 철(압연강)을 재료로 대형 작품들을 선보이는 작가로 유명하다. 가공하지 않은 육중한 철선을 엿가락처럼 휘어 미니멀하지만 역동성 최고인 거대한 강철드로잉 걸작을 창조하는 그는 동시대 연금술사 같은 존재이다. 또한 브네는 미국 작가 프랭크 스텔라와 함께 미니멀리즘 미술을 선도
# K형, 역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고려 후기 1342년 충혜왕 복위 3년에 설곡 정포는 개경에서 천리 길 울주로 좌천됐다" 잘 아시겠지만 고려시대 울산의 옛 이름이 울주입니다. 현대에 맞게 울산으로 지명을 표기하겠습니다. 원나라로 망명하려 한다는 모함을 받아 유배와 같은 좌천을 당한 정포. 그는 어지러운 개경의 정치를 애써 잊으려 울산의 자연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울산의 8가지 경관은 설곡에 의해 최초의 울주팔경시로 탄생했습니다.# K형, 설곡이 노래한 팔경시에는 울산의 아름다운 자연이 그윽합니다. 그 풍경은 태화루,
반구대 암각화박진환불가능이 가능으로 있다육지 동물과 바닷고기가 함께 산다사랑 땅새끼 밴 암놈 곁에 호랑이가 함정에 빠졌다움칠하는 표범 너머멧돼지는 놀리는 듯 교미한다자랄 듯 자란 새끼를 집 떠나보낼 심상으로어미 사슴도 젊은 수컷과 다음의 해후를 푼다이곳엔 사랑만 있다투쟁의 바다인간의 쏜 작살 맞은 고래 결에거북이 몇 마리 사람을 에워싸고새끼를 보호하는 고래순산하려는 범고래와귀신고래 긴수염고래 혹등고래 북으로 북으로 헤엄친다물개만 놀란 여유로 허우적거리고 있다탐욕 인간그물과 배 인간의 함정에 몇 마리 속아 들었다다시 수
변은영무용단 이파리가 모두 떨어졌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불행하단 생각은 안 했습니다 당신이 같은 모습으로 서 있어서 이유는 항상 모습처럼 단순합니다 우리의 분위기는 하늘을 가릴 수 없고 붉은 노을에 취약합니다 가지가 가지를 키워서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건 나중에 생각해도 됩니다 어쩌면 뿌리는 이미 만났을지 모릅니다사진=허명· 글=이인호
이미 크뇌벨/'Element 33.2'/2018/Acrylic, Aluminum/46×38.9×1(cm) '이미 크뇌벨(Imi Knoebel, 1940~ 독일)'은 개념미술을 바탕으로 현대 추상주의 회화를 두루 섭렵하고, 긴 창작 생활 내내 자율적인 형식의 매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늘 마술처럼 새롭게 펼쳐온 동시대 '추상회화의 거장'이다. 독일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그는 특별한 재료 연구와 형태의 다양한 변주, 대담한 색채 구사를 통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건축적 추상화'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동시대
이병근이병근 십리대숲 속속들이 부는소슬바람에 정분이 싸여해지는 줄 몰랐네관어대로 언뜻 튀어 오르다가사라진 물고기는시커먼 강물 깊이 숨어들고삼호로 넘어가는 해거름사위는 어느새 컴컴해지고물닭들도 제집에 드는데정처 없는 내 가슴에는시름만 고이는구나약력이병근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원문학상 본상 수상. 시집 『사랑아 별이 되어』 『늙은 여인의 언덕』 『그리운 나라』 『살살이 꽃』 등
(299)제만자 시인 육필원고아직 곁에 두고 있어사십 년 묵은 재봉틀 아직 곁에 두고 있어 떠밀려 왔다지만 그때는 그랬다고 세월이 얹은 당부를 계산 없이 받아 왔다한 삼 년씩 여남은 번을 충분히 사는 동안언 밭에 무처럼 구멍이 나 앓던 일도그 당부 잊고 살아서 지그재근지 모르겠다풀리면 다시 잇고 안 풀려도 무릅써야 할 알고 보니 길이란 다 하나로 연결되어장황히 말할 수 없는 증표라서 둬본다●재봉틀과 가스레인지 위 찻주전자. 윗실과 밑실이 만나 기찻길이 놓이는 밤 내내 증기기관차는 설원을 향해 달려나간다. 어느덧 정거장에 다다르게 되
떨림에 기대본다- 위드오케스트라당신의 기울기는 어두운 밤쌀쌀한 시간을 버텨요짚어낸 온기로 당신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힘줄이었나요 핏줄이었나요온 몸을 떨며낮게 깔리는 울림가는 마디로 멀리서 떨고 있는 지금은 당신이 돌아올 때 오고 있나요 물으면 슬프게 웃어줄 것 같은 기대고 싶은 마음을 기대하는 당신의 밤 사진=허명·글=이인호
제임스 터렐 / 'Aten Reign'/ 2013 / 일광 및 LED 조명 / 뉴욕 구겐하임 박물관 설치빛과 공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 1945~ , 미국)은 동시대의 '위대한 화가 50인' 반열에 드는 설치미술의 대가이다. 그의 창작 수단은 모두 '빛' 그 자체이며 빛이 인간의 발상과 사고를 전환시킨다는 철학으로 독특한 미술 영역을 구축했다. 그는 물리학, 안과학 등 빛에 관한 모든 학문을 섭렵하여 다른 재료의 사용 없이 빛과 시각만으로 작품을 형상화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으며, 그
박종해 시인태화루는 울산의 자존심이다울산의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여기에 생겨나서훤칠한 모습을 드러낸다밝은 달을 품속에 품은 은월봉은연하에 잠겨 있고백 리 푸른 대숲을 끼고 감돌아 흐르는태화강은 질펀하게 너울지며여기에 아서 더욱 푸른 빛을 더한다용금소는 감람빛 물결로 용솟음쳐서용은 까마득히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고태화루의 용마루는 벽공에 깔려 있다그림 같은 청산을 몸속에 감추고흰 갈매기 무등 태우는 태화가람도도히 흘러 바다의 품으로 들어가듯숨 가쁘게 달려 온 빛나는 울산의 역사는여기로부터 웅혼하게 번져나간다 (하략)1980년
# K형, 오늘은 조선의 대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 이야기를 전합니다. 중종 말년에 조정이 어지러워지자,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하서 김인후 선생이 한양을 떠났습니다. 젊은 시절 성균관에서 함께 학문을 닦았던 벗이자 동지였던 하서의 낙향은 퇴계도 한양을 떠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퇴계는 을사사화 후 병약함을 구실로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고 1546년 고향인 낙동강 상류 토계에서 산운야학(山雲野鶴)을 벗 삼아 독서에 전념하는 생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토계를 퇴계(退溪)라 개칭하고, 자신의 아호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조선 조정에서는 자주
수보드 굽타/'Mind shut down'/2008/ 스테인리스 스틸, 놋그릇 등/240 x 150 x 205 cm 인도 태생의 화가이자 조각가, 설치미술가인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1964~ )'는 놋그릇, 스테인리스 식기, 양동이와 같은 흔하고 일상적인 물건들로 구축한 대형 야외 조각으로 명성을 얻고 세계적인 '아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이다. 자국에서도 그의 실험적인 조형 방식들은 회화 중심이던 인도 현대미술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신성하다"는 가치관으로, 급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