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학교수직을 중단하고 군 복무 중인 박주원(31) 일병. <<병무청 제공>>
병무청, 병역 자진이행자 수기집 발간

 

"명예, 권력, 돈, 시간, 기회 등 얻고 싶어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내려놓았다. 나 자신을 훈련병과 이등병 신분으로 낮췄다."

육군 2사단 17연대 소속 박주원(31) 일병은 지난 봄 병무청에 보낸 수기에서 이렇게 썼다.

나이 서른 한 살에 이제 겨우 이등병 계급장을 뗀 박 일병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박 일병은 미국 뉴욕주 스키드모어 칼리지 철학 교수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어 군에 입대할 필요가 없지만, 삶의 의미를 찾아 군 복무를 자원했다.

병무청은 31일 박 일병과 같이 병역 의무가 없음에도 자진해서 병역을 이행 중인 청년들의 사연을 담은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을 발간했다.

박 일병은 여덟 살에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건너가 11년 동안 살았다.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는 운동화 바닥이 닿으면 타이어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덧댈 줄 아는 케냐 소년이 됐다.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한 박 일병은 28살에 미국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스키드모어 칼리지 교수가 됐다.

미국에서 탄탄한 자리를 잡고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그가 군 입대라는 선택을 내린 것은 대한민국 청년에게 군 복무가 소중한 경험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학교수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다. 군에서 여러 사람들을 사귀고,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군 생활을 통해 습득한 경험들은 전역 후 미국 대학 교수로 돌아갔을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부대에서 동료들과 거친 운동을 하다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경험도 박 일병에게는 정신의 자양분이 됐다.

군 복무를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박 일병은 이렇게 말한다.

"군 복무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축구나 농구 게임에 있는 '하프타임' 또는 '작전타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군 입대 전까지 전반전을 열심히 살아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의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작전을 세우자. 한 발자국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되돌아보자."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에는 질병으로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을 고치고 당당히 군에 입대한 청년,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어서 병역 의무가 없지만 중·고등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군대에 간 청년의 이야기도 담겼다.

사회 고위층 자제들이 온갖 수를 써 병역을 기피하는 풍조 속에서 병역을 자진해서 이행 중인 청년들의 이야기는 훈훈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병무청은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 2천부를 대학교 도서관과 재외공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번에 나온 수기집이 병역을 이행하는 병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병영 생활에 대한 소중한 지침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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