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성 감기, 항생제 안 써도 스스로 면역력 생겨
열 나면 해열제·미지근한물 마사지로 체온 내려줘야
발열 대부분 감기·장염 탓…수일내 합병증 없이 나아
잘 먹지 않고 처지는 증상 1∼2일 지속땐 병원 찾아야

 

홍정석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실 교수가 감기 증상을 보이는 소아를 진료하고 있다.

키우고 있거나 키운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의 갑작스런 고열 때문에 병원응급실을 찾은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을 것이다. 특히 병원이 문을 열지 않는 밤에 열이 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크게 당황하고 많은 걱정을 한다.소아감기와 발열에 대해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전문응급실 홍정석 교수를 통해 알아본다.

◆대다수 감기, 수일 내 면역력 얻어= 감기는 의학적으로 엄격히 정의 내리면, 병균이 코와 입 등으로 들어와서 생기는 증상인 ‘급성 상부 기도 감염’이다. 원인병균이 같아도 환자 개인의 건강상태, 영양상태, 생활환경, 면연력의 차이 등으로 증상의 차이, 합병증의 발생 여부가 다르다.

아이가 어릴수록 어른에 비해서 병에 대한 이해도나 인내심이 모자라고, 특히 100일 이하의 아이는 면역력이 아주 약하다. 그래서 큰 아이나 건강한 성인에게 감기라는 흔한 병,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는 병균과의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원인균이 바이러스인 감기를 항생제가 아닌 몸 스스로가 수일 내에 극복을 해내고 그 병균에 대한 면역력을 얻는다.

◆열이 나면 공부를 못하게 된다?= 아이가 열이 날 때 부모들이 느끼는 지나친 불안감을 ‘발열 공포증’ 이라고도 한다. 이는 보호자의 교육 수준이나 소득 수준, 아이의 특성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보호자들에게서 확인, 발견된다.

“고열이 나면 뇌를 다치고 공부를 못하게 된다”, “고열일수록 열성 경련을 할 확률이 높다”,“열을 치료하지 않으면 체온은 43도 이상 올라간다”, “37도가 넘으면 발열이다”, “고열이면 2가지 이상의 해열제를 동시에 투약하면 열이 잘 내려 간다”, “열이 나면 무조건 체온이 38도 이하가 될 때까지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 “열이 나면 자는 아이라도 깨워서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 등등은 아이들의 고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례들이다.

열이 나는 아이가 생후 100일이 안된 경우나 열경련를 멈추지 않고 연달아 하는 경우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집에 있는 해열제를 쓰고, 미온수 마사지 정도를 하면서 열을 조절하다가 병원을 찾아도 된다.

◆‘발열’= ‘감기’?= ‘발열’이라는 증상이 곧 ‘감기’라는 병은 아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체온을 측정해서 38도 혹은 38.5도 이상 열이 자꾸 오르면 병균감염으로 인한 발열일 가능성이 많다.

오한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더욱 병균 감염으로 인한 발열 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병균이 몸속으로 침입하는 경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흔히 코와 입을 통해서 들어온다.

간혹 기저귀를 하는 어린아이들은 요도를 통한 병균감염도 일어난다. 요로감염의 경우에는 콧물, 기침, 가래 등의 감기 증상들이 없다.

감기의 흔한 합병증으로 아이들에게는 중이염이 종종 생기고 코와 입으로 침투해 몸 안으로 들어온 병균들이 목구멍을 넘어서 기도로 넘어 오면 후두염, 기관지염, 심지어 폐렴 같은 합병증도 생기는데 이때는 기침, 가래가 심해지고 때로는 호흡곤란도 발생한다. 병균들이 위장 관으로 들어오면 장염이라는 것도 생기는데 이때는 구토, 설사, 배앓이 증상이 생긴다.

◆ 열 나면 1~2일 정도 관찰해야= 아이들이 열이 날 때 최소한 1~2일 정도는 증상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병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소아 발열 증상의 가장 혼한 원인들은 감기나 장염인데 대다수가 합병증 없이 수일 내에 급성기가 끝나고 잘 낫는다는 것을 명심하고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가 잘 먹지 않고 보채다 못해 처지는 모습이 1~2일 이상 악화되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외국에서 출판된 의학교과서적에는 2주 이상 열이 나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 환경이 비교적 환자 및 보호자들의 편의성에 더 맞춰져 있고 검사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서 굳이 2주나 기다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고 무엇을 검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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