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정의당 울산시당 위원장

100만 촛불, 그들의 바람은 한 시대의 영웅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바람이 대통령의 하야라는 현실에 좌절하고 또 분노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목격한다.    

영웅은 그렇게 화려하지도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다. 

영웅의 가슴은 대한민국으로 물들어 있고 그의 눈은 국민의 삶을 향해, 그의 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도록 책임지어져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국민을 향한 열정으로 대한민국을 감동의 물결로 넘실거리게 만들도록 헌법에 보장해 놓았을 뿐이다. 

우리들의 영웅은 사라지고 시대 정의는 우리에게 과연 영웅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 영웅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열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리오넬 메시, 그에게 결정을 번복해달라는 자국민들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르헨티나 어느 학교 선생님의 편지는 메시를 향한 국민들의 바람이 절실하게 묻어있다. 

메시는 최근 미 대륙 최강자를 가리는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칠레에 패한 후 아르헨티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후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시작으로 호라시오 로드리게스 라레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그리고 디에고 마라도나까지 메시에게 은퇴를 번복해 달라며 대표팀 복귀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 어떤 유명 인사의 은퇴번복 요청보다 더 가슴을 울리는 한 선생님의 편지 한 통이 아르헨티나 언론에 소개되면서 잔잔한 감동이 온 국민의 가슴을 적셨다. 

메시에게 편지를 쓴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요하나 푹스.

아르헨티나의 작은 마을 비알레에 거주하는 푹스의 편지내용은 ‘어린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는 편지를 통해 “아이들에게 이기는 것만이 우선이고 유일한 가치라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아르헨티나의 어린 아이들이 인생의 목적은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해선 안 된다. (중략) 지금의 당신처럼 가족은 물론 부와 명예까지 있는 사람이 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한다면 오늘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이 나라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푹스는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라고, 경기에서 지는 게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종종 영웅은 포장되고 미화되고 장식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사람들이 20세기 세계사를 주도하기 위해 극적으로 프랑스를 상징할 인물, ‘성녀 잔 다르크’를 복제해 프랑스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자극했다. 

모름지기 영웅이란 확신에 찬 믿음으로 시대를 이끄는 인물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영웅은 후대의 필요에 따라 ‘구성되는 존재”라고 언급했다. 그렇다고 영웅의 본질이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국민의 희구와 갈망이 투시돼 있다. 

우리는 무수한 영웅을 만들고 포장하여 국민 앞에 내세웠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자신들의 역할을 망각하고 손사래를 쳤다. 

그들은 진정한 영웅이 아닌 것이다. 아무리 영웅을 만들려고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안겨주면서 국민 앞에 내세워도 그들은 철저하게 국민을 외면했다.  

국민의 바람이 깃든 영웅은 스스로 성장하고 성취하기 마련이다. 국민은 그를 알아보고 가슴 뜨거운 박수를 보낼 뿐이다. 

이 시대 우리의 진정한 영웅은 단지 아직 국민들의 가슴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아주 천천히 국민 가슴 속에서 정의라는 싹을 틔우고 희망과 용기라는 자양분으로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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