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덕상
월계초등학교 교감

1990년대 초반에는 모짜르트의 음악만 들어도 머리가 좋아진다는 일명 ‘모짜르트 효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과학적인 입증이 어려워 반짝 인기로 그쳤지만 음악만 틀어 놓아도 기억력과 창의력이 증진된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음악치료는 음악이란 매개체를 이용, 내담자들이 정신기능을 향상시켜 보다 나은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음악의 전문분야다. 수동적인 음악 감상만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 연주나 창작 같은 능동적인 방법으로 직접 연주에 참여함으로써 그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언어중추손상으로 실어증이 온 사람이 멜로디를 이용한 치료로 언어회복이 된 사례와 정신적으로 질병을 가진 사람이 음악치료로 호전되는 사례 및 수술 등 의료현장에서 긍정적 효과를 본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까지 학교현장에서의 음악치료는 주로 장애자들이나 자폐아, 학교 부적응자들을 변화시키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장애가 없는 내담자의 경우에도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음악치료가 필요하다. 실제로 음악치료가내담자의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고, 수술 과정이나 수술 후 혈압을 정상 상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실험 결과도 여럿 보고되고 있다. 이는 음악이 단지 듣고 즐기는 기능뿐만 아니라 내담자가 오랜 병원 생활과 수술에 따른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증명한다. 

울산 월계초등학교는 11월 1일∼12월 6일까지 2016년 울산광역시강남교육지원청(교육장 박명호)의 특색 사업인 ‘아우르미 학습공동체’ 운영 일환으로, 전국 최초로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음악치료를 학교교육에 도입해 큰 주목을 받았다.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은 기초학력부진을 학습부진에만 국한하지 않고 보다 근본적 문제인 심리·정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전 교원이 기초학습부진아 들을 서로 아울러 도와주는 학교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함과 동시에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자아 존중감 및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독자적 예산 편성으로 ‘아우르미 학습공동체’를 운영, 일선 학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중 월계초등학교(교장 채수운)는 2012년 국내 최초로 국악중심 음악치료를 교육현장에 보급하며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음악치료교육전공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제1호 음악치료사 정혜원 겸임교수를 특별 초청해 음악치료를 운영했다. 학교교육현장의 필요에 맞춰 서양음악과 국악을 융합한 독특한 음악치료 모델로 총 8회의 짧은 회기의 치료였지만 눈에 보이는 학생들의 행동 변화 뿐만 아니라 내적 동기를 불러 일으켜 변화가 유지되는 획기적 변화를 이끌었다. 이 사업을 담당한 금수진 교사는 “국악 중심의 음악치료가 학교부적응학생과 폭력성이 강한 학생들에게 심리적, 정서적인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는 것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놀라운 교육적 효과를 경험했다. 앞으로 울산의 학교교육현장에 음악치료가 도입되면 그 교육적 효과가 얼마나 클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울산의 모든 학교에 음악치료가 적용될 수 있도록 울산강남교육지원청은 물론 울산시교육청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그 소감을 밝혔다.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이 개발한 국악중심의 음악치료는 국악+서양음악+동작+연극의 융합모델로 연주, 동작, 게임, 감상, 차임, 드럼서클을 통해 기초학력 부진학생들의 행동변화와 정서적 안정을 찾아 주는 전략적 음악치료활동이다. 국악중심의 음악치료는 우리의 정서와 신체에 알맞은 국악을 중심으로 치료활동을 펼쳐 학생들의 잠복시간, 참여지속시간, 집중시간, 적응행동을 증가시켜준다. 이와 함꼐 정서적 조절활동으로 공격적 행동과 우울감이 감소되어 나눔과 배려, 협동심이 함양된다. 

정혜원 교수는 “이번 음악치료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 변화와 집중력과 지속력이 확실히 증가했고 부족했던 학습준비도가 향상되어 학습을 하고자하는 내재동기가 촉구됐다. 그 효과로 자율성과 자신감 및 표현력이 증진했고 성취경험과 자긍심 증진으로 부진학습에 대한 수업활동 자신감도 갖게 됐다”고 그 소감을 밝혔다.

음악 치료의 효과를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처한 환경과 심리·문화적인 요인,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부적응학생이 많은 학교현장에 음악치료 도입이 얼마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삭막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이 음악치료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 학교생활을 잘 적응해 나간다면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울산강남교육청의 교육지원 사례처럼 이제라도 학교교육 현장에 음악치료를 도입하여 학생들의 신체와 정서를 건강하게 만든다면 울산시교육청이 추구하는 ‘행복한 울산교육’이 더욱 앞당겨 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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