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 스님
동국대 티벳대장경역경 교육원 길상사 주지

온 대지가 흔들리고 폭우가 내린 가운데 만 민중의 안락이 있길 바랍니다. 그 누구도 행복하고 싶지 두려움에 떨거나 고난이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서 솔선수범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이란 것이 고도로 발달한다 하더라도 윤리도덕과 종교, 철학과 같은 정신에 영향을 주는 문화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물질의 편리와 문명의 포만감에 의지하면 잠시의 희락이 있겠지만 의식의 공허함은 어찌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구상의 오랜 세월동안 재물과 영토를 두고 치열한 분쟁을 되풀이한 이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 부귀를 누렸던 4대문명의 국가들이나 나의 백성 나의 제국을 외쳤던 황제와 제왕들, 그리고 온갖 치장으로 아름답게 꾸민 황후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또한 근래의 엄청난 군사력으로 전쟁을 일으켰던 지배자나 피지배자 할 것 없이 다 같이 상처만 입고 허망하게 끝났습니다. 

인류사 이래 인간은 삶의 가치와 방향을 찾아 헤매지만 그 향방을 물질문명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시련의 원인을 만들곤 합니다. 그 가운데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척결하고자 하는 명분으로 일어났지만 종주국 소비에트 연방은 1917년부터 1991년까지 80년을 넘기지 못하고 붕괴됐습니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대신하는 최선의 사회대책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가 만든 새장에 갇혀 살면서 지향할 바의 길도 모르고 포기라는 단어가 일상이 되어버려 좁은 새장에 만족하는 새의 꼴은 되지 말아야 됩니다. 

세계 인구는 2016년 6월 기준 74억 명이며 종교인구 역시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정도만 해도 47억 정도 됩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원만하다 하는 정치제도와 종교를 가지고 있음에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신종범죄는 늘어나며 각종 마약류에 의지하는 것과 같이 왜 인류의 평화와 행복은 아득한 일이 되었을까요? 간단히 말해 국가도 그렇고 종교도 또한 이익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비단 이 문제는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모든 분야에도 해당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제안합니다.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라고 인정하시길 제안하는 겁니다. 자신이 인정받고 싶다면 상대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마치 왼발과 오른발이 다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느 한쪽 다리가 없다면 그 몸은 온전히 서있기 힘들어 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들이 억울해 할 때 남의 일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의 안락에 빠져 나만의 이익만을 논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습니다.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공생하는 중도의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마치 한 물질이 다양한 원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원자 또한 전자 양성자 중성자를 조건에 따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원소들이 또 다른 원소를 만날 때 산소가 되고 물이 되고 흙이 되는 것과 같이 다양한 존재로 변화되는 것과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받아들여 다른 물질을 만들어 어울리는 것이지 어느 원소하나만 특별하다고 교만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인간과 자연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명체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과 무지가 작동되어 자연을 심각하게 훼손하면 바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현대사회에서 빚어지는 가정갈등과 노사갈등, 국가 간 분쟁이나 대인관계에서의 불화등과 같이 다양한 갈등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회제도의 압박감에서 괴로워하는 어린청소년은 공부만이 마치 행복의 씨앗이 되는 것 마냥 제도에 따라가며 청년들은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식에 병들어있는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자연, 나와 그들, 우리서로가 동일 생명체로서 상생하려 노력하는 것이 행복과 평온에 이르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스스로가 먼저 밝은 빛을 내면 어둠은 밝아지기 마련입니다. 그 때 그 밝음에 의지해 여기저기에서 밝은 빛을 내게 됩니다. 그렇게 수만 수억의 빛을 내는 등불이 있다하더라도 그 빛들은 서로를 결코 장애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힘을 합쳐 어둠을 더 환희 밝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 될 뿐입니다.

이렇게 동일 생명체로서 함께 상생하는 마음을 내면 그것은 나와 그들 모두에게 행복의 종자가 될 것입니다. 진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러한 진실은 마른땅에도 연꽃이 피어나게 할 것입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