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새슬웨이브아이(Wave I) 중국전시팀장

미술은 시대상을 반영해야 한다. 

오늘날 미술은 난해한 개념과 파격적인 이미지로 뒤덮인 채 자본의 논리에 의해 그저 이미지 소비로 전락한 장식품정도가 되어버렸다.

우후죽순 생겨난 아트페어와 정부의 보조금만 노리는 자격 없는 동호회격 전시가 오늘날의 미술시장을 어지럽혔고, 미술가를 미술계에서 쫓아냈으며, 미술이 가지고 있는 역할을 잃어버리게 했다.

미술가는 동시대를 창의적인 눈으로 재해석해야 하며, 비평가는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한 창작물을 대중에게 미술사적 시각으로 알기 쉽게 평해주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가지게 된 기형적인 미술시장은 창작자도 비평가도 대중도 사라진 채 그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린 장사꾼만 남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소비 지향적 상품화가 된 미술이 이 시대의 슬픈 사회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2016년은 광주를 비롯해 부산, 그리고 아시아 일대 많은 도시에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유한적인 캔버스를 벗어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통해 미술가들의 무한한 창의력과 독창적인 시선들을 동시대에 볼 수 있는 예술행사이다. 미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동시대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미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에 던지는 울림이 바로 비엔날레가 가지는 역할이며, 존재 이유일 것이다. 

상하이 비엔날레와 타이베이 비엔날레를 다녀 온 후 나는 다시 한 번 미술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도시를 대표하는 시립미술관이 가져야 할 지역사회에 대한 역할이 무엇인지, 어떠한 미술적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다.

도시의 품위는 자본력으로 만들 수 없고, 도시의 정신은 돈으로 휘두를 수 없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 속에 애써 닦아내지 않은 치부까지 녹여져야 도시의 깊이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을 얻어낸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9월에 열린 울산시립미술관 전시·운영 관련 세미나를 신문보도를 통해 보게 되었다. 

각계각층 미술전문가들이 모여 울산시립미술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한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각자의 발언들은 미술관 건립에 매우 필요한 조언들이었고, 참고해야 할 사항이었지만 정작 ‘울산시립미술관’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었다.

미술관의 행정과 운영방안 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울산 미술계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울산의 예술적 지수와 시민의 예술적 수준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우리에게 접목하기 어려운 이론과 정책보다는 울산이 당면한 객관화된 수치를 통해 울산시립미술관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

연면적 1만 2400㎡,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지어지는 울산시립미술관에 과연 울산의 어떤 작가의 작품을 걸 수 있는지, 울산대학에서 배출해내는 미술대학 출신 중 미술행정과 큐레이팅을 담당할 인재들은 있는지, 또 울산시민에게 미술관이라는 낯선 공간이 여가의 공간으로 인식 될 수 있도록 미술의 공공 교육 등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과 구체적인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대한다.  

울산시립미술관과 대학의 협력적인 인재배양이 이루어져야 우리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색깔을 울산시립미술관에 덧입힐 수 있는 것이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아마 울산은 계속적으로 이러한 고민들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세미나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한층 발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올 수 있도록 시민들 또한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거대한 자본을 투입하는데 앞서 미술의 학술적인 깊이를 먼저 배양해야 한다. 미술계의 다양한 역할에 양질의 인재가 있어야 울산 미술계를 바르게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미술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울산시립미술관의 정책들이 나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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