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나라답게 출신·배경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현대 미국의 개방성은 흑인 대통령 오바마 선출에 이르러 그 정점을 찍었다. 취임식을 사흘 앞둔 2009년 1월17일, 8년전 기억이 엊그제 같다. 독립선언이 있었던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DC로 향하는 기차를 탄 새 대통령을 보고자 기찻길에는 엄청난 미국인이 몰렸다. 

8년의 임기동안 오바마 대통령만큼 스캔들 없이 많은 업적을 남긴 대통령도 드물 것이다.
2017년 1월10일, 임기를 마무리하는 정치적고향 시카고 고별 연설장에는 혹한에도 불구하고 새벽부터 긴 줄이 섰다. 입장권이 1만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고별 연설은 1대 조지 워싱턴 이후 내려져온 전통이다. “지난 8년 변화와 진보의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미국인 여러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수행한 것은 제 삶의 특권이었습니다.” 그는 70번 이상 기립박수를 받았다. “4년 더”를 연호하는 청중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었다. 

오바마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세계금융위기 극복, 최근의 미국 경제회복은 업적이다. 반면 북핵문제 등 국제위기엔 무력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국민과 소통하고 전 국민을 화합시키려는 노력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그가 역설한 것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포용과 관용이었다. 퇴임하는 그에 대한 지지율이 55%로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득표율보다 높은 것은 이같은 그의 헌신과 포용적 자세, 남다른 지성(知性)에 대한 감사가 모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표방하는 반이민, 보호무역, 미국우선주의는 지난 수십년간 세계질서의 버팀목이 됐던 ‘미국적 관용’의 퇴조를 상징하고 있다. 오바마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온후한 그의 얼굴과 트럼프 이전의 세계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만신창이가 돼 청와대를 떠나는 우리 대통령의 뒷모습이 더욱 부끄러워진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 대통령사(史)에 박수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은 결코 보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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