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내용 사전 파악 후 FBI에 전달토록 허용

 

영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사생활과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을 담은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의 유출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전직 영 정보 요원이 작성한 X 파일의 존재와 내용을 영국 정부가 알았고 이를 미 연방수사국(FBI)에 전달하도록 허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러시아와 미국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12일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워싱턴의 고위소식통들을 인용해 문제의 파일을 작성한 英 전직 정보요원 크리스토퍼 스틸(52)이 파일을 FBI에 넘겨주기 전 (영국)정부 관리들에 이를 알렸으며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고 FBI의 한 요원과 만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12일 영국의 MI6가 러시아와 트럼프를 동시 겨냥해 내용을 공개했다고 비난하면서 스틸이 아직도 MI6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문제의 파일 내용을 거짓이라고 일축하면서 이달 하순 자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전직 MI6 요원의 관여가 양국 간 정보공유 관계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일을 작성한 스틸은 현재 신변 안전을 우려해 잠적한 상태이며 파일의 진위와 그의 평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스틸은 MI6 재직 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이었던 알렉산데르 리트비넨코 사건 담당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리트비넨코는 런던에 체류 중 독극물 중독에 의해 살해되 영-러시아 관계를 긴장시킨 유명한 사건의 당사자이다.

스틸은 워싱턴에 있는 한 컨설팅사로부터 트럼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주도록 의뢰를 받았으며 이 업체는 트럼프 반대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들이 같은 미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젭 부시 측 지지자들과 나중에는 민주당원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틸은 그러나 수집한 정보의 예민성을 고려해 FBI와 MI6의 동료들에게 이를 알리기로 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FBI는 스틸에 접촉해 파일 내용을 직접 논의할 수 있는지를 물었고 이에 스틸은 영 관리들에게 알려 FBI와의 접촉에 대한 허락을 요청했다. 영 정부는 이를 허락했고 총리실도 그 내용을 통보받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에 대해 영 총리실과 외교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보안소식통들은 스틸이 영 정부에 허락을 요청한 것은 '직업상 예의'이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절차는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일단 영 정부로부터 허락을 받은 스틸은 유럽의 제3국에서 FBI 요원을 만나 자신이 작성한 파일의 배경에 대해 논의했다. 스틸과 FBI 요원 간 접촉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돼 10월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하원 정보ㆍ보안위원회의 도미닉 그리브 위원장은 위원회가 파일의 파급영향과 영국 정보기관이 파일 처리에 간여했는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 전직 정보관리들에 따르면 스틸은 MI 비밀 요원으로, 외교관 신분으로 러시아와 파리에 주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은퇴 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부패 사건에 대한 정보를 FBI에 제공했으며 이 사건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트럼프 파일 정보 수집을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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