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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발설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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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03.1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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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가면 명부전(冥府殿)이란 건물이 있고 여기에는 사후 세계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그린 사왕탱이 있다. 재미 있는 것은 폭마다 펼쳐지는 지옥 장면인데 그 가운데 발설(拔舌)지옥이란 곳이 있다. 죄인의 입에서 혀를 길게 뽑아 놓고 그 위에서 소가 쟁기를 끈다. 입으로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 받는 벌이다. 

그리고 또 다른 지옥의 모습 가운데 업경대(業鏡臺)가 있다. 생전의 죄 짓는 모습이 고스란히 비쳐 숨길 수 없으니 CCTV나 블랙박스다. 우리 시대의 업경대엔 동영상 뿐만 아니라 말도 고스란히 저장된다. 인터넷에선 SNS에 남긴 말까지 영원토록 살아남는다.

말도 화폐처럼 가치가 낮은 것이 높은 것을 몰아낸다. 선플 보다 악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인이 시정잡배들이나 씀직한 말을 아무거리낌 없이 내뱉는 일이 다반사다. 정치인의 말은 모든 사람이 귀 귀울이며 한 단어로 놓치지 않으니 더욱 신실(信實)해야 한다. 거리의 상말을 우리 손으로 뽑은 정치인들 입에서 듣는 곤혹스러움만 면해도 다행이다.

“제 남편도 만족을 못시키면서 미국을 만족시겠다고?” 지난해 4월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자 도널드 트럼프가 비꼬면서 한 말은 그래도 양반이다. ‘죽음’ ‘파국’  ‘사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을 하루 앞둔 날 헌법재판소 주변에서는 이처럼 섬뜩한 말들이 끊임 없이 쏟아졌다. 탄핵소추 후 파면 결정까지 92일간 찬성·반대 측의 거친말 들은 헌재 앞을 넘어 전국의 거리와 온라인 세상을 뒤덮었다.

대통령 탄핵심판은 끝났지만 4개월여 동안 대한민국이 받은 상처는 깊고 심각하다. 대통령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정치적·이념적 충돌까지 가세해 거친말·막말은 더욱 기승을 부릴것이 뻔하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까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구화지문(口禍之門), 입은 곧 재앙의 문이다.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할 것이다. 그러니 발설지옥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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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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