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한마음 유소년 농구단’ 엄마들
벤치만 지키다 “우리도 해볼까”로 시작
2009년 ‘유니콘’ 정식 창단 9년째 활동
회원 19명 30세∼62세 평균 연령 46세

드리블이 뭔지도 모르던 ‘순수 아마추어’
매주 수요일 1시간 열정 쏟아 연습
땀 범벅에 기진맥진 해도 “개운하다”

전국 아마추어 여성농구단 고작 3팀
작년 부산 ‘KBA 3X3 코리아 투어’ 출전
올해 평택 ‘점프줌마’ 친선경기 계획

 

순수 아마추어 여자 농구단 ‘유니콘’의 이순천(50) 회장이 농구단을 창립하던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농구’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릴 수도 있다. 커다란 키의 덩치 좋은 남자들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마룻바닥에 통통 튀는 농구공처럼 울산에 이색적인 농구단이 있다. 평균 나이 46세의 아마추어 여자농구단 ‘유니콘’이다. 창단 멤버이자 리더인 이순천(50) 회장을 만나 올해로 9년차에 접어든 ‘유니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어떻게 ‘농구단’을 꾸리게 됐나?

▲ 처음에는 농구하는 아들을 따라 온 학부모였다. ‘한마음 유소년 농구단’이라고 초등학생 모임이 있었는데, 다들 초등학생 아들의 손을 잡고 체육관에 왔었다. 아들이 농구를 하는 동안 멀찌감치 벤치에 앉아 있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게 전부였다. 그게 2006년, 2007년 즈음이었다. 매주 수업시간마다 만나고 전국대회도 부지런히 따라다니다보니 엄마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생각이 통했다. ‘우리도 해볼까.’ 아들 수업마다 곁눈질로 배운 농구를 직접 해보고 싶단 호기심이었던 것 같다. 나름 운동 신경도 좋고 관심도 많은 엄마들이 중심이 됐는데, 나중에는 사춘기 아들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엄마들도 동참했다.

감독 선생님을 정식으로 모시고 공식적으로 모임을 가진 게 2009년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모여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9년째 모임을 이어오면서 멤버들도 바뀌었고, 나이도 들었다. 현재 19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30세부터 62세까지, 평균 나이가 46세다.

- 처음 농구를 시작했을 때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다.

▲ 사실 운동 신경이 나름 좋다는 사람이 몇명 있었다 뿐이지, 드리블이 뭔지, 농구공을 제대로 튕길 줄 아는 사람도 없었다. 선수 출신이 단 한명도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순수 ‘아마추어’들이었다.

평균 나이 46세의 아마추어 여성농구단 ‘유니콘’.

농구공은 생각보다 묵직했고, 마음대로 튕겨지지도 않았다. 한시도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운동이다보니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하는데, 몸이 뜻대로 잘 안따라왔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고, 땀범벅이 됐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공을 튕기는 게 재미있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과 ‘드리블을 잘 하려면’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잘 하진 못해도 열심히 했다. 다들 그랬다. 1시간 운동이 끝나면 기진맥진해서 바닥에 누워 뻗어버리는데, 그게 그렇게 또 좋았다. 그 기분이 이렇게 10년이 다되는 시간 동안 농구를 즐기게 만든 것 같다.

- ‘농구’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 아무래도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이곳저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도 크다. 회원 중에는 가정주부도 있고, 직장인도 있다. 나이도 천차만별이고, 체력도 그렇다. 누구는 잘하고 누구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1시간 운동이 끝나고 나면 다들 땀 범벅이 된 채로 ‘개운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들과 ‘농구’라는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게 좋았다. 몇년이 지나고 아들은 농구를 그만뒀다. 더이상 아들과 농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이 없어 진 것이다. 그런데도 농구는 계속하고 싶었다. 농구를 하면서 누구 엄마가 아니라 잊고 있던 스스로의 모습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유니콘’ 회원들이 농구 연습을 하고 있다.

- ‘유니콘’만의 매력을 소개해달라.

▲ 대한민국 아줌마의 저력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아직 미혼의 회원도 있긴 하지만 절대다수가 ‘아줌마’다. 경기만 시작하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정말 끈질기게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낸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어깨, 팔, 다리, 허리… 안아픈 곳이 없다. 체력도 젊은 친구들에 비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좀 전까지 어깨가 아프다고 했던 회원이 경기만 시작했다 하면 든든한 ‘철벽수비’가 된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시 어깨가 쑤시고, 다리가 바윗덩이처럼 무거워서 풀썩 주저 앉기도 하지만 말이다.

‘유니콘’의 매력은 그런 것 같다.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열정이 넘치고, 최선을 다하고, 끈질기고….

- 앞으로의 계획은?

▲ 아무래도 농구에 관심 있는 더 많은 분들과 즐겁게 운동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차츰 좋아지는 역량을 보다 넓게 발휘하고 싶다.

전국에 아마추어 여자농구단이 많지 않다. 3곳 정도로 알고 있다. 전국의 농구단과의 교류전을 넓혀가고 있다. 2015년에는 부산의 ‘유니티’라는 곳과 처음 경기를 했었다. 20대로 구성된 아마추어 여자농구단이었다. 젊은 농구단이라 쉽진 않았지만 경기력은 절대 뒤쳐지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작년에는 부산에서 열린 ‘2016 KBA 3X3 KOREA TOUR’ 대회에도 출전했고, 올해는 평택에 있는 ‘점프줌마’라는 농구단과 친선 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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