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설명회·참전용사 증언 청취회’
지역 참전용사 90여명 전투현장 설명…영상녹화해 적극 활용
2007년부터 9,500여구 발굴…121구 신원 확인 유족 품으로
나머진 인식표 없거나 국군인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조사중
북구청, 유가족 소재 파악 지원 등 공로 ‘국방부장관 감사패’

 

23일 남구 목화웨딩홀에서 열린 국방부의 울산지역 유해발굴사업 설명회 및 참전용사 증언 청취회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이 한국전쟁 당시 유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적군이 몰려오는데 옆에 있던 시체처럼 누워 꿈쩍도 안했어. 살아있으면 다 죽이니까 밟고 지나가는데도 아픈 소리도 못 내고 참아야 했지.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지뢰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 후퇴하는 북한군을 쫓아가다가 중공군한테 포위당하기도 했어. 3일을 굶고 4일을 버티다가 겨우 후퇴했었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3일 울산 목화웨딩홀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설명회 및 참전용사 증언 청취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참전용사 박무호씨는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박씨는 1950년 9월 9일 8사단 21연대 2대대 6중대 소총수로 입대해 영천 전투에 참전했다.

그가 소속됐던 8사단을 비롯한 육군은 적군을 쫓아 북으로 진격했다가 중공군의 가세로 전세가 역전돼 후퇴할 수 밖에 없었다.

‘증언 청취회’에 참석한 참전용사 최영달씨는 “길을 걸으면 여기 저기 다 시신이었어. 중공군, 미군, 국군 구분 없이 막 늘어져있었어. 거기서 전우를 찾을 수가 없었어. 이제와 조사한다고 찾을 수는 있을까” 라며 말을 흐렸다. 그럼에도 유해발굴단에게 꼭 전우들을 찾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날 행사는 박무호씨, 최영달씨를 비롯한 참전용사 9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쟁 당시 전투현장을 설명하고, 전우의 유해가 묻혀있을 만한 지역에 대해 증언했다.

잠시 동안 아픈 기억들을 뒤로하고 사진도 찍고, 포옹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들의 포옹과 위로가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들었을지 짐작케 했다.

이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녹화하고 문서화해 앞으로 전사자 유해발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 2007년부터 참전용사들의 증언으로 유해 소재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유해발굴사업지 선정, 정밀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감식단은 지금까지 9,500여 구의 전사자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121구의 유해는 다행히 신원이 확인돼 유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외의 유해는 인식표가 없거나, 국군인지 적군인지 명확치 않아 추가 조사 중이다.

이학기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유해발굴사업은 국민과 역사를 되찾고 대한민국 전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며 “전사자 유해소재에 대해 참전용사 증언뿐만 아니라 유가족과 국민들의 제보와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증언 청취회를 비롯해 유해발굴 사진 및 총탄에 뚫린 철모, 녹슨 수통 등 유해발굴 현장에서 찾아낸 전투 장비와 유품이 전시됐다.

유가족 소재 파악 등을 지원해 전사자 신원 확인에 이바지한 울산 북구청, 경주시보건소, 창원 마산보건소 등 3개 기관은 국방부 장관 감사패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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