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의장

몇 해 전부터 ‘요리’가 큰 인기다.

‘셰프’라 불리는 전문요리사들이 심심찮게 TV화면을 장식하고 요리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요리는 온갖 재료를 조합해 지지고 볶거나 끓이는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가 흔히 일상 속에서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표현하면서 ‘지지고 볶는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마치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 요리를 하는 것처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다른 재료들이 잘게 썰어지고 볶아지는 과정 속에서 창조적인 요리가 만들어지듯 어쩌면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런지.

여러 사람들의 감정이 재료가 되어 때론 불에 익혀지듯 서로 화를 못 이겨 힘들 때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것들이 볶아지고 익혀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납하게 되는 오묘한 조화를 이루게 된다.

결국 멋진 요리가 탄생하듯 수많은 인간관계도 한데 합쳐지고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면 더욱 성숙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통합과 조화가 절실한 시기를 맞고 있다.

헌정 사상 유례 없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지난 5개월여 동안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과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가 광장으로 몰려나와 마치 나라가 둘로 쪼개진 것 같은 불협화음을 마주해 왔다.

더욱 문제는 이번 대통령의 사법적 탄핵이 국민 분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데 있다.

여전히 일부에서는 탄핵결정을 부정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이러한 입장에 반감을 표하며 대립하는 양상이다.

어쩌면 불과 50일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 전까지 이러한 양상은 지속될 것이고 자칫 대선 이후에도 국론분열이 계속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분열과 대립을 막고 국민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민주적 과정이나 절차보다는 경제성장과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더 앞세운 측면이 있다.

또 통합과 상생의 논리보다는 이념의 선명성과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강경한 투쟁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변해야 한다. 아니 변화만이 살길이다.

민주주의는 수 만 가지 다른 생각과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인간애(愛)를 바탕으로 한 이념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지난 5개월여 동안 겪은 폭풍 같은 혼란의 시간을 통해 올바른 민주주의의 실천여부를 가늠 할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시련과 성장통을 마주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통합’ 속에 숨어 있다.

조기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너도 나도 자신의 이념과 철학을 앞세우며 대권을 향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지만 분열과 대립을 막고 국민 대통합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비록 대한민국 헌정사에 첫 탄핵 대통령을 갖게 된 불명예를 안았지만 결국 이는 전 대통령 한 사람의 몫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 국민 모두가 나눠져야 할 책임의 무게일 수도 있다.

이제 그 책임을 통감하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당리당락과 이념갈등은 자제하고 눈앞에 산적한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설 해법 찾기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에겐 국론분열 뿐만 아니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사드로 촉발된 한중 갈등, 북핵 위협에 이르기까지 대내외적인 상황이 결코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헌재가“어떤 경우라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 안되며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듯 통합과 조화를 이루는 근간에는 헌법적 가치 실현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가 공감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기도 한 이번 대선이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통합과 치유의 축제로 승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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