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영 시인·비평가

울산시가 ‘2017년 울산방문의 해’에 맞춰 친환경생태도시 울산을 전국에 홍보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울산시는 생태환경정책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환경단체 및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한단다. 세부적으로는 태화강 봄꽃대향연과 장미축제(5월)와 가을국향(10월) 등의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한편으로 울산발전연구원 이상현 박사는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7월), 제8회 아시아 조류 박람회(11월) 등 대규모 행사를 통한 효과적인 홍보에 시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언론에서는 친환경생태도시 울산을 전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알리는데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의 입장에서 이러한 홍보와 정책 설명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설득력을 가지는지. 시민들의 도시변화에 대한 희망을 얼마나 담고 있는지. 자화자찬 식의 전시행정이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세계 최고의 생태환경도시라 불리는 브라질의 꾸리찌바 시가 있다. 빠리나 주의 주도로 총면적은 울산시 1,056㎢에 비해 반 정도인 432㎢이고 인구는 약 180만 명이다. 환경운동가 박영남의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에 의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게 된 도시다. 2016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4위에 선정된 캐나다 토론토 시는 도시계획 대부분을 꾸리찌바에서 배워온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버스전용차선제와 버스 환승시스템, 청계천 사업, 정원박람회 등도 꾸리찌바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한국 정치인과 공무원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인 꾸리찌바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인천, 강릉, 춘천, 수원시를 비롯한 여러 도시가 롤 모델로 삼는 도시다. 특히 순천시는 꾸리찌바 시와 우호교류협약을, 세종시는 꾸리찌바에서 실시하고 있는 급행간선버스노선 교통체계를 시행하고 있다.

꾸리찌바는 1950년대부터 인구집중과 산업화로 인해 공해로 찌든 도시였다. 1962년부터 건축가 레르네르는 시민들과 힘을 합쳐 도시를 개혁하고자 온갖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으기 시작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레르네르 시장(71년부터 92년까지 세 차례 시장 연임)은 창조적 리더십으로 도시계발확장을 통제하면서 강 주변 보호구역을 중심으로 공원을 조성했다. 브라질 도시공원 중 가장 큰 이구아수공원, 남미를 대표하는 바리귀공원과 팅귀공원 등 많은 공원이 꾸리찌바가 생태도시임을 증명하고 있다. 꾸리찌바에서 창의성이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환경과 약자를 배려하면서 저비용으로 구축된 교통체계이다. 버스로 땅 위의 지하철을 만들고 완벽한 환승시스템과 100㎞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천국이라는 보행자 도로 등을 갖추면서 세계 최고의 교통체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꾸리찌바 시는 역사문화 보존 정책을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 오래된 건축물들은 오페라 극장이나 미술관으로, 탄약창은 연극공연장, 본드공장은 창조문화센터, 쓰레기 투기장은 식물원 등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50여 개 빈민지역에 설치돼 운영되는 ‘지혜의 등대’ 사업인 교육문화시스템도 독창적이다. ‘지혜의 등대’는 도서관이면서 전인교육센터이다. 밤이면 경찰관이 지키는 치안 기능도 담당하는 곳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쓰레기분리수거와 재활용 정책은 꾸리찌바 시가 원조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꾸리찌바 시의 핵심 정책은 생태환경과 인간, 문화 역사가 함께 어우러져 공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르네르 시장은 구체적인 문제를 현장에서 확인하고 시민들을 의견을 모니터링하면서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의 시정 실천의 몇 가지 예를 들면, 시청은 매일 시민들에게 존경심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부정적이고 예산타령만 하는 공직자, 전문가보다는 언론인들과 함께 진취적으로 일한다. 창조적인 시책사업을 개발치 못해 도시변화가 늘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레르네르 시장은 창조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민 존중과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담아 시민들과 함께 친환경생태도시 꾸리찌바를 만들었다. 꾸리찌바의 선행적 사례를 통해 울산도 생태환경과 문화 역사가 어우러진 ‘희망의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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