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 (사진='라디오스타' 캡처)

5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는 2013년 MBC를 퇴사하고 4년 만에 MBC를 찾은 방송인 오상진이 출연했다. '행사의 신' 특집으로 가수 장윤정, 홍진영과 '프리 선배'인 방송인 신영일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 그는 방송 말미에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오래간만에 MBC에 와 가지고…"
"항상 상암동 주변을 떠돌면서…"
"예, 사실은 제가 세 분처럼 행사의 신도 아니고 오래간만에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분들 인사드리고"
"고향에 와서 조명 밑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감개무량해요"

오상진은 클로징 당시 종종 말을 멈추고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울먹였다. '라디오스타'는 이 장면을 '오랜만에 MBC에 온 반가움과 감격'으로 강조했고, MC와 다른 패널들 역시 재미있는 멘트로 오상진을 격려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왜 그가 감정에 북받쳐 울 수밖에 없었는지 그 '맥락'까지 담아내지 못했다. "나갈 때도 말이 많았다"는 윤종신의 말은 부분적 진실일 뿐이며, 프리인 상태인데 재입사를 원하는 것이냐는 김구라의 질문은 예능인으로서의 순발력이었을지는 모르나, 7년 여 간 이어져 온 MBC의 현실을 가리는 발언이다.

 



◇ '공정방송 파업' 지우기 5년… '말'할 수 없어 떠났던 사람들

2006년 공채 24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오상진은 '경제야 놀자'(2006), '신입사원'(2007), '불만제로'(2009), 라디오 '굿모닝FM'(2009), '환상의 짝꿍'(2010)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1'(2011), '위대한 탄생 시즌2'(2011)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MBC의 '간판'이었다.

동시에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조합원이기도 했다. 그는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미디어법 개정안(언론계에서는 '언론악법'이라 불렀다)에 반대하고, 청와대 낙하산 김재철 사장을 거부하며, '공정방송'을 통해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고자 했던 여러 차례의 파업에 꾸준히 참여했다. 

2008년 언론악법 반대 파업 당시 "방송과 언론은 기득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기보다는 약자의 입장에 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런 자세를 잃지 않고 그분(약자)들이 목소리 낼 수 있도록 좋은 방송을 만들고자"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무려 170일이나 이어졌던 2012년 MBC본부의 파업 당시에도 그는 "난 언론인이다. 방송인 이전에 언론인이다.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우리들의 일밤'과 '위대한 탄생'과 대형콘서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선배들이 헌신해온 아나운서라는 네 글자 덕분"이라며 "내가 받았던 분에 넘치는 대접에 상응하는 언론인의 의무를 다 할 것"이라는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MBC 사측은 노조의 파업을 '해사행위'로 규정했다. 파업을 이유로 6명을 해고했고, 방송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직원들에게 '브런치 만들기' 등의 수업을 듣게 하는 등 보복성 인사를 감행했다. 

'배제'는 시청자 앞에 가장 자주 노출되었던 아나운서들에게 더 치명적인 것이었다. 숱한 아나운서들이 징계를 받았고, MBC의 얼굴이었던 오상진, 문지애 등 주요 아나운서들은 방송에서 사라져갔다. 

170일 파업 당시 방송 운영을 위해 수차례 대체인력을 뽑았던 MBC는 2013년 2월 신입 아나운서 공채 때 필기시험 없이 면접만으로 한 달 내에 채용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같은 달, 오상진은 사표를 냈다.

오상진과 마찬가지로 파업에 동참했다 존재가 '지워져' MBC를 퇴사한 문지애 역시 "회사에서 더 이상 제가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됐더라. 파업 이후에…"라며 "'너 방송하고 싶어서 방송국 들어왔는데 지금 방송 못하잖아. 그럼 방송하러 나가야지?' 하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는 심경을 밝힌 바 있다. 언론인이었던 그들이 찾고 있었던 것은 '말'할 공간이었지만, MBC는 이미 그런 곳이 아니었다.

오상진이 MBC를 떠나 있던 4년 동안, MBC는 더 많이 바뀌었다. 파업을 주도했던 MBC본부를 드러내놓고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수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으로 보도와 제작의 자율성이 충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보편타당한 상식과 동떨어진 보도 때문에, 촛불 광장에서 욕을 듣고 쫓겨나야 했음에도 MBC의 마이웨이는 공고하다. 

"예전처럼 즐거운 모습으로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오상진의 마지막 인사가 단순히 그의 '원활한 MBC 출연'만을 의미했을까.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를 공유하고 합의하며 '좋은 방송'을 하고자 했던, '만나면 좋은 친구 MBC'를 보고 싶다는 바람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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