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분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낮이면 뜨거운 햇볕이 내려쬐기 시작했다. 아직 4월인데도 여름이 다가오는 기운이 물씬 풍긴다. 지난해 여름 찜통 같은 더위에 전 국민들이 힘겨운 여름을 보냈다. 이처럼 또 다시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은 휴가, 피서, 보양식 등 여러 방책 등이 있어 가능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쉽게 찾게 되는 것이 바로 보양식이다. 휴가, 피서와 달리 보양식은 식문화인 만큼 접근 자체가 쉽다. 외식이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의 노력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었고, 지금은 가까운 식당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양식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유독 한국인의 소울과도 같은 음식은 바로 삼계탕이다. 그런데 이처럼 삼계탕이 한국의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알려지게 돈 것은 인삼생산량이 늘기 시작한 1960년대부터라고 하니 좀 놀랍기도 하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세시풍속인 삼복과도 짝을 이루는 삼계탕. 다른 보양식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부담 없이 찾는 음식인 만큼 서민의 정서와 어울린다고 하겠다. 
 

손수 제조한 흑마늘 원액을 넣어 우려낸 진한 흑마늘 삼계탕.

  대표메뉴는 ‘흑마늘 삼계탕’
  상황 삼계탕·찜닭 메뉴도 
  직접 만든 흑마늘 원액·정과
  직접 공수 울릉도 해양심층수     
  옹기마을서 제작한 소금 사용
  초창기엔 원액 과다 사용
  손님이 “속이 아리다”해 
  양 줄이는 시행착오 겪기도
“매일 조금 모자라는 듯
  그날 팔만큼만 재료 손질
  욕심부리면 손님에게 피해
  한그릇도 집밥 같이 내고파”

◆보양식에 보양식을 얹었다

삼계탕은 보편적으로 대부분 맛있다. 맛이 없기가 쉽지 않은 음식으로도 손꼽힌다. 보편적인 보양식에 보양식재료를 더한 이색적인 삼계탕을 찾았다. 울산 울주군 청량면 율리 ‘옹기골’의 대표 메뉴는 흑마늘 삼계탕이다. 흑마늘은 △면역성 강화 △암 예방 효능 △피로회복 △혈액순환 촉진 및 소화기능 향상 △고혈압 및 당뇨병 치료 등에 효과가 있어 직장인들이 많이 챙겨먹는 건강식이다. 

각종 한약재를 넣은 삼계탕은 그래도 익숙한 편인데 흑마늘 삼계탕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가게를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진한 흑마늘 내음이 풍겨 나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가정집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중탕기였다. 어머니들이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믿음이 더해 졌다. 이곳 삼계탕은 중탕기를 통해 달여낸 흑마늘 원액과 정과가 풍미를 더하는 곳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뽀얀 국물과 새하얀 자태의 닭고기가 더 맛있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황톳빛 닭고기와 국물, 검게 말린 흑마늘 정과는 ‘맛있겠다’라는 느낌보다 ‘나 건강해’라는 느낌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치킨은 진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닭으로 요리한 음식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튀기진 않았지만 어쨌든 닭고기요리인 만큼 기대감을 가지고 시식을 했다. 

몸에 좋은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자부심으로 손수 흑마늘을 제조해 흑마늘 삼계탕을 선보이고 있는 김경아 대표.

◆조금 서투른 점이 믿음 더해

먼저 먹은 걸죽한 국물 한 입은 흑마늘의 진한 풍미가 뜨거운 기운을 안고 몸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함께 식사 중이던 일행에게서 저절로 ‘크으~’ 하는 소리가 나왔다. 

흑마늘을 썼다는 여느 음식들 보다 진한 풍미였다. 그런데 이 마저도 흑마늘 원액의 양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원액을 훨씬 더 많이 넣었어요. 지금은 흑마늘 정과를 올려주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원액과 함께 갈아서 넣었었죠. 그런데 몇몇 손님들이 속이 아리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줄이기 시작했어요. 그저 몸에 좋은 거라고만 생각해 양조절을 잘 못했죠. 그 이후 원액의 양도 조금 줄이고 정과도 올려놓는 방법으로 내기 시작했어요. 그제야 속이 아리다는 손님이 없어졌어요” 

이곳 옹기골 김경아(49) 대표가 실수담으로 하는 이 이야기가 오히려 믿음을 더했다. 기계적인 조리법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쳐 뭔가를 만들어낸 어머니가 생각나게 했다. 

흑마늘 삼계탕 외에도 상황 삼계탕과 찜닭을 메뉴로 내 놓고 있다. 

◆소박한 반찬, 귀한 재료    

밑반찬은 깍두기에 장아찌, 닭모래집 볶음, 오이고추와 생양파, 된장 등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한 한상이다. 오히려 과했으면 삼계탕의 맛을 죽일 수도 있었을텐데 적당한 구성이다. 맛집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집이 그렇겠지만 재료는 오직 국내산만 공수해서 쓰고 있다. 다만 김 대표가 본인의 손을 거치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있다면 깍두기인데, 어머니께서 담궈 주신다고 부끄럽게 출처를 밝혔다. 식사 내내 손이 갔던 것이 깍두기였다. 깍두기만큼은 아직 어머님의 손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장아찌는 조금 특별했다. 식감이 아삭하고 살짝 짭조름해 삼계탕을 보조하기에 그만이었다. 돼지감자로 담은 장아찌였다. 타 지방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먹어보고 맛있어서 직접 담게 됐다고 한다.
 

옹기골 삼계탕 입구. 다양한 옹기들이 음식에 앞서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손님을 맞이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재료가 두가지 있었다.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될 수도 있는 물과 소금이다.
 
이곳에서는 울릉도 해양심층수의 원액을 공수해 육수와 마시는 물로 사용하고 있다. 원액을 물에 넣어 쓰고 있는데 이 집의 물맛은 여느 생수와는 조금 달랐다. 물에 간이 된 느낌이었다. 

또 하나는 소금인데, 이곳에서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옹기마을에서 제작해 들여왔다. 그 중 소금은 도자기를 굽는 동안 천일염을 그대로 넣은 채로 구워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는 것이다. 1,000도가 넘는 온도를 견딘 구운 소금이라고 해서 그런지 더 귀해 보였다. 

◆가정집 같은 주방, 그리고 신뢰

야외 테이블까지 언뜻 봐도 50석은 족히 넘어 보였는데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는 조카와 김대표 단 둘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은 청결에는 자신이 있다는 홍보였고, 조금 모자리는 듯이 재료를 손질해 그날 팔만큼만 판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장사꾼이 아닌 요리하는 사람이었다.

최근 재료가 다 떨어져 13명의 손님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는데, 순간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런 일을 생각해 재료를 더 쌓아두고 손질해 두는 순간 내일 오는 손님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간혹 먼 길을 되돌아가는 손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내가 욕심을 부리는 순간 맛이 변할 것”이라면서도 “손님이 많이 몰릴 때는 도와주는 친지들이 있어 어려움 없이 하고 있다. 삼계탕 한 그릇도 집밥 같이 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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