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기수를 점프시켜 윤석열 대전고검검사를 차관급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은 ‘대령이 대장됐다’는 말처럼 파격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했던 ‘기수·서열 파괴’ 물갈이 인사와 많이 닮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찰의 정치적 편향과 권력지향성을 검사 한두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적 문화라는 인식 아래 연수원 6∼7기 간부들을 고검장으로 승진시켰다. 전 정권에서 요직에 오른  3∼5기 간부들은 퇴진 할 수 밖에 없었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13일만에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가 열렸다. 대화는 아슬아슬하게 진행됐다. 한 검사는 노 대통령이 부산 동부지청에 청탁전화를 건 사실을 공개했고, 노 대통령은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받아쳤다. 당시 토론 현장을 끝까지 지켜봤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늘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제는 이런 인사 내용과 혁신이 검찰 개혁과 어울리냐는 것이다. 검찰 개혁의 근본이자 핵심은 대통령이 더 이상 검찰을 충견((忠犬)으로 부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만 되면 다른 개혁은 저절로 이뤄진다. 대통령과 검찰의 공생(共生)관계는 인사권을 바탕으로 한다. 대통령 뜻에 따라 검찰이 밉보인 사람을 공격해주면  그 검사를 승진 시켜주는 식이었으니 국민의 불신이 커졌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생명이다. 이를 지키려면 인사부터 중립적이야 하고 정치적 독립을 지킬 인물을 요직에 앉혀야 한다. 문 대통령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파격적으로 발탁했다.
드러난 모양만 보면 검찰에 ‘알아서 기라’는 신호를 보낸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근혜 검찰’을 ‘문재인 검찰’로 바꾼다면 검찰을 ‘정권 코드’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검찰 독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집권세력이 ‘양보’를 해야 하지만 역대 정권마다 검찰을 수족처럼 부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것이 현실이었다. 윤 지검장은 “(검찰)조직을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조와 기개를 끝까지 지키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