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길
교통안전공단 울산지사장

2017년 4월 말 현재, 울산시에서 올해 발생한 교통사고로 20명의 선량한 시민이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지난 몇 년간 시청, 경찰청 등 교통관련 기관·단체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울산지역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4년 102명, 2015년 92명, 지난해에는 70명으로 줄어들며 역대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화려한 성과 뒤에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면이 숨어있다. 그것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무단횡단이나 보행 중에 자동차가 보행자를 충격하여 사망하는 보행 사망사고가 전체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5%로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올해 1월에는 2차선 도로를 걷던 보행자와 횡단보도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던 보행자 등 2명이 사망하고, 2월엔 도로우측을 걷던 보행자와 무단횡단 보행자 그리고 교차로 내에서 횡단하던 보행자 등 3명 사망, 3월엔 전동 이륜차를 타고 무단횡단하던 장애인 1명이 사망, 4월엔 무단횡단과 시장 인근에서 2명 사망 등 올해 들어 총 9명의 보행자가 생명을 잃고 말았다. 혹자는 무단횡단을 하거나 신호를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는 보행자 스스로 잘못해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운전자에게는 잘못이 없고 전적으로 보행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자동차 주행 중심의 도로라 해도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하고 보행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자동차보다는 사람을 우선시 하자는 의미의 “사람이 우선, 자동차는 차선!” 이라는 슬로건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사람 위주의 안전운행 만이 교통사고로부터 고귀한 생명을 지키는 단순하지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법칙인 것이다.

교통사고는 과학적 근거에 의거해 만들어진 교통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을 하며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은 어릴 때부터 습관화가 돼 있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 국민들은 어릴 때부터 안전수칙을 제대로 습득하고 습관화가 돼 있을까?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해외로 여행하는 국민이 많이 증가함에 따라 선진 외국 교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선진 외국 운전자들은 과연 어떻게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으며 보행자들은 어떻게 거리나 도로를 이동하고 있을까? 구구절절이 외국사례를 들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 교통 후진성에 대해서 일상에서 자주 접하고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2016년도 12월초에 발표한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울산광역시는 2015년에는 전체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2위를 기록했지만, 2016년엔 12위를 기록, 전년대비 대폭 순위가 하락했다. 작년 말부터 울산지역에서 교통사고가 연이어 발생되는 등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교통안전 의식수준이 뒷걸음 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특히, 울산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잘못된 운전행태 중 일례를 살펴보면 좌회전이나 우회전시에 방향지시등을 작동시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있다. 그 이유가 “끼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또는 “귀찮거나 다른 운전자들도 하지 않아서” 란 일부 운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운전자 뿐 아니라 보행자의 보행행태도 별 다르지 않다. 휴대폰을 보면서 도로를 걷는 사람, 이어폰을 끼고 몸을 흔들면서 걷는 사람,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서 보행하는 사람 등 안전을 생각하면서 보행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적은 실정이다. 운전하는 사람은 “앞도 제대로 보지 않고 걷는 보행자가 잘못”이라고 욕을 하고, 보행자는 “차가 사람을 보면 알아서 멈추든지, 천천히 가야지”라고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비판한다. 그러다 사고가 나면 상대방이 잘못됐다거나 재수가 없어서라는 등 자신의 잘못을 최소화하려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자율 주행차와 스마트 도로 등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대폭 감소할 것이며, 인공지능과 첨단기술들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까지 보호해 줄거라 믿는다. 

물론 일부는 맞는 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하고 인간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자 만든 많은 첨단 전자·기계장치들이 오히려 전통적인 우리의 인간관계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안전을 도외시하는 등의 부작용도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완성되지 않은 첨단 장치에 우리들의 안전을 맡기기 전에 우리 스스로 서로를 배려하고 보호하면서 안전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걱정과 안타까움 속에서도 다행인 것은 전국적으로 볼 때 교통문화지수가 매년 상승하고 있어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그 격차가 커서 교통안전 문화가 더욱 확산될 필요가 있으며, 교통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선 정부 및 유관단체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상대방을 고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잘못된 교통행태를 하나씩 고쳐 나가고 교통안전수칙을 지키는 등의 노력으로 우리 울산이 선진 교통문화도시로 탈바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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