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요식업 한길 전한결 대표
 우연히 맛보고 동생과 메인메뉴
‘뒷통시 고기’ 경상도식 이름붙여
 특수부위라 냉장육 수급 쉽지 않아
 가끔 장사 아슬아슬 이어갈 때도
 항정살·가브리살·삼겹살 등
 모듬세트 메뉴도 냉장육 고집
 해물된장찌개·돼지찌개도 일품
 밑반찬 정갈한 ‘경상도의 맛’

돼지 특수부위로 알려진 뒷통살. 한때 백정들이 뒤춤에 몰래 숨겨와 구워먹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백정들의 입맛을 홀린 그 맛이 가히 상상이 간다. 울산에서 ‘꼬들목살’로 더 잘 알려진 뒷통살은 고기 끝에 붙은 껍데기가 새로운 맛을 연출한다. 하지만 돼지 한마리당 400g정도 밖에 안 나오는 귀한 부위로 그 맛을 보기란 쉽지않다. 대부분 냉동으로 유통돼 주인장의 고집이 없으면 촉촉한 생고기를 먹기도 힘들다. 울산 삼산동에 위치한 ‘돈목장’은 뒷통살 그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00% 냉장만 취급하는 전한결(56), 전효원(45) 자매의 고집은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울산 삼산동에 위치한 ‘돈목장’ 전경.

◆경상도 맛이 묻어난 메뉴

‘뒤통수 맞다’가 경상도 사람 입에서 나오면 “뒷통시 맞았데이”라는 맛깔스러운 표현이 된다. 전한결 대표가 뒷통살에 붙여준 이름 ‘뒷통시 고기’에도 그 맛깔스러움이 담겨있다.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센스있는 작명에 웃으며 뒤통수를 쓰다듬기도 한다. 

30년 이상 요식업계에 종사한 전 대표는 우연히 뒷통살을 맛보고 동생 효원씨를 무작정 데리고 왔다. “이거다!” 꼬들꼬들하고 살살녹는 식감은 두 자매에게 딱 메인메뉴로 낙찰됐다. 하지만 특수부위로 분류되는 뒷통살을 냉장으로 수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끔 공급이 넉넉치 못해 아슬아슬 장사를 이어갈 때도 있다.  

그래도 전 대표가 냉장육을 선호하는 이유는 ‘맛’ 이다. 그녀는 뒷통살뿐만 아니라 모듬세트에 포함된 항정살, 가브리살, 삼겹살도 신선한 냉장육만 고집한다. 그 덕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에는 고소한 냄새까지 풍긴다.

처음 뒷통시고기를 맛본 소감은 재미있다. 살코기부분은 부드러운데, 껍질부분은 꼬들하다. 두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고기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참숯에 구운 터라 껍질부분에 그윽한 향도 배있다. 

‘경상도 맛’은 정갈한 밑반찬에서도 느껴진다. 특이한 점은 밑반찬이 주로 장아찌 종류란 것. 오이, 양파, 매실, 다시마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아찌는 고기와 먹기 딱 좋다. 고기 맛을 흐트리지 않는 심심하게 짭조름한 맛. MSG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전 대표의 까탈스러움도 느껴진다. 

고기를 먹고 난 뒤 빠지지 않는 것이 된장찌개다. 돈목장에도 해물된장찌개가 인기 메뉴 중 하나다. 된장찌개에 조미료대신 표고가루를 넣어 깔끔한 맛을 더한다. 

돈목장의 메뉴판을 살펴보면 특이한 찌개가 눈에 띤다. 울산에서는 접하기 힘든 ‘돼지찌개'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이름만 보면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를 상상한다. 막상 나온 비주얼은 김치찌개와 완전 다르다. 김치는 없고 돼지고기와 파, 마늘이 듬뿍 들어간 칼칼한 국물은 딱 해장용이다.

돼지찌개가 탄생한 배경도 전 대표의 손맛이 한 몫 했다. 구미에서 ‘와촌찌개’로 알려져 있는 돼지찌개는 동생 효원씨가 구미에서 즐겨먹던 메뉴 중 하나였다. 예전에 먹던 그 맛을 잊지 못한 효원씨는 상상속의 돼지찌개 맛을 언니에게 표현했다. 전 대표는 효원씨의 말만 듣고 그리워하던 그 맛을 그대로 재연했다. 재탄생한 구미의 맛은 울산손님들에게도 딱 맞았다. 

돼지고기 특수부위 중 하나인 뒷통살은 돈목장에서 ‘뒷통시고기’라고 불린다.

◆단골을 이끄는 힘 

돈목장에는 숨은 메뉴가 있다. 오리불고기, 옻닭, 조개구이, 오뎅탕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전 대표의 음식솜씨를 아는 단골들이 만들어낸 메뉴들이다. 손님들은 “기본 재료만 사와서 전 대표에게 맡기면 2차, 3차도 갈 필요 없이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고 말한다. 
 

울산 삼산동 ‘돈목장’ 전한결대표.

이 같은 단골손님이 많은 이유는 전 대표의 푸근함이 큰 역할을 한다. 가끔 “엄마! 밥줘”하며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평소에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음식대접 등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에서 전 대표의 성품이 그대로 들어나기도 한다. 

돈목장 기본 상차림.

 

인기메뉴 돼지찌개.
돈목장의 해물된장찌개.

전한결 대표는 “손님들이 그저 편하게 찾아와 맛있는 고기한점, 시원한 찌개 한 그릇 먹고가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며 푸근한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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