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서
 시상금 3,000만원·상패 등 수여
‘문학동네’ 2017년 봄호에 발표

울산매일신문사와 S-OIL㈜이 공동주최하고 울산광역시가 후원하는 2017년 ‘제25회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로 정찬(64·사진)씨가 선정됐다. 수상작품은 계간지 「문학동네」 2017년 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 「새의 시선」이다.     

 

오영수문학상운영위원회(공동위원장 김지연·김병길)는 지난 18일 서울에서 심사위원회를 열어 수상자를 선정했으며 시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26일 오후 6시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 볼룸에서 개최된다. 

백시종(소설가·제10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자),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김호운(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씨 등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거친 작품들을 놓고 논의 끝에 정찬의 「새의 시선」을 수상작품으로 최종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작가는 작품 속에서 오래된 증언과 상징이 시대적 함의를 띰과 동시에 보편적 가치로 승화되어가는 과정이 눈부신 구도를 보여준다. 특히 문장의 안정성, 주제의 시의성, 공적 기억과 ‘새’의 상징이 가지는 밀도 높은 결속력 등을 한결 더 갖췄다”라고 평가했다.

수상자 정찬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자주 길을 잃었고, 보이지 않는 길을 찾으려고 헤맸다. 나에게 소설 쓰기의 어려움은 두려움을 견디는 어려움이었다”면서 “오영수 문학상 수상은 두려움을 용케 견뎌온 나에 대한 격려로 여겨진다. 이번 여름, 오영수 선생님의 작품들과 함께 숲속의 길을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부산동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찬 작가는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중편소설 「말의 탑」을 발표하며 등단해 동인문학상(1995), 동서문학상(2003), 요산김정한문학상(2015)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기억의 강』 『완전한 영혼』 『아늑한 길』 『두 생애』 『정결한 집』, 장편소설 『세상의 저녁』 『황금 사다리』 『광야』 『유랑자』 『길, 저쪽』 등이 있다.

울산매일신문사는 문학상 25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오영수문학전집」 제1권에 이어 올해 제2~4권을 펴내 배포한다.    

 

[수상소감] “두려움 용케 견뎌온 저에게 ‘따뜻한 격려’ 감사”
“올 여름 오영수 선생님 작품과 
  숲속 느리게 걷는 즐거움 누릴 것”

역사는 개인의 실존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실존을 끊임없이 삼킴으로써 생명력을 증대하는 것이 역사입니다. 역사 속에서 개인의 실존을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권력의 실존만 확인될 뿐입니다. 소설은 이 불가능성을 역류함으로써 역사와 다른 세계를 펼칠 수 있습니다. 역류의 힘은 허구에서 나옵니다. 허구를 통해 개인의 실존에 생명을 불어넣으니까요. 허구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개인이 역사와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순결 혹은 악입니다. 순결과 악은 역사를 견디는 힘입니다. 저는 <새의 시선>을 통해 순결로서 역사를 견디는 한 인간의 실존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그의 실존 속에는 실재와 허구가 혼거하고 있습니다. 실재는 허구 속으로 파고들고, 허구는 실재 속으로 파고듭니다. 실재는 허구를 견뎌야 하고, 허구는 실재를 견뎌야 합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어느 한 쪽이 견디지 못하면 소설의 공간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그러니 소설을 쓰면서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자주 길을 잃었고, 보이지 않는 길을 찾으려고 헤맸습니다. 헤매는 동안 길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저에게 소설 쓰기의 어려움은 두려움을 견디는 어려움이었습니다. 그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영수 문학상 수상은 두려움을 용케 견뎌온 저에 대한 격려로 여겨집니다. 저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오영수 문학상 관계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여름, 오영수 선생님의 작품들과 함께 숲속의 길을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누릴 것입니다. 

[심사평] ‘기억의 리얼리즘’이 거둔 값진 성취
어둡고 깊은 터널같은 기억의 문제 
사실적·심층적 투시로 보여줌으로써
‘새’의 시선·영혼 상징적 함의 구축

심사위원 백시종(소설가)·김호운(소설가)·유성호(문학평론가)
 

오영수문학상은 1993년 제1회를 시작으로 하여, 한국의 대표적 중견작가에게 주어져온 본격문학의 축제의 장이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의 대표 작가들이 이 상을 수상한 바 있고, 이번에 후보작으로 올라온 작품들도 이에 상부하는 정점의 면모와 위상과 성취를 이루었다고 판단된다.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정찬의 ‘새의 시선’과 김애란의 ‘가리는 손’을 특별히 주목하였고, 이들을 깊이 윤독하면서 우리 소설계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하였다.

  먼저 심사위원들은, 김애란의 ‘가리는 손’이 그동안 우리가 깊이 기대왔던 인문적 가치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대적 현상을 밀도 있게 담아낸 수작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였다. 김애란 특유의 박진감 있는 문장과 세대 간, 계층 간, 인종 간 갈등의 제시와 전개, 타당성 없이 벌어지는 연쇄적 폭력에 대한 시대적 감응, 부조리극을 연상시키는 출구 없는 세태 묘사가 우리 시대의 상징적 묵시록으로 손색없어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김애란 소설의 사회적 상상력이 한 극점을 이루었다고 생각된다.

  정찬의 ‘새의 시선’은 한 사진작가가 우연히 경찰 특공대 진압 경찰인 친구의 요청에 따라 겪게 된 경험들을 담은 명편이었다. 그 과정에서 80년대의 분신 사건과 2000년대의 용산 참사가 겹쳐지는데,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과거 기억으로부터 현재 겪는 증상까지 결합하면서 기억과 현실, 사적 기억과 공적 기억 등을 결부시켜가는 탁월한 소설적 전개를 보여준다. 오래된 증언과 상징이 시대적 함의를 띰과 동시에 보편적 가치로 승화되어가는 과정이 눈부신 구도를 보여준다. 희뿌연 빛이 떠도는 어둡고 깊은 터널과도 같은 기억의 문제를 사실적, 심층적 투시로 보여줌으로써, 이 작품은 ‘새’의 시선 혹은 ‘새’의 영혼이 가지는 상징적 함의를 탄탄하고 웅숭깊게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정찬이 썼던 ‘완전한 영혼’이나 ‘광야’ 등을 잇는 ‘기억의 리얼리즘’이 거둔 값진 승리라고 판단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중진 작가 정찬의 작품이 문장의 안정성, 주제의 시의성, 공적 기억과 ‘새’의 상징이 가지는 밀도 높은 결속력 등을 한결 더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 작품을 본상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의미 있는 수상에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앞으로도 한국 소설의 발전과 심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경을 보여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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