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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칼럼] ‘친절 한 스푼 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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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남미 방송인
  • 승인 2017.06.12 22:30
  • 댓글 0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은 워킹맘
우연히 만난 아이 친구 엄마에 인사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 자괴감 들어

 

이남미 방송인

워킹맘인 나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하원 시키는 것이 일정치 않다. 일찍 출근하는 날은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늦게 나가는 날은 내가 등원을 시킨다. 하지만 하원은 오직 친정엄마의 몫이다. 나는 4시에 마칠 만큼 자유롭지는 않아 직업명은 프리랜서지만 전혀 프리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집을 처음 보내던 날 ‘워킹맘’ 이었기에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종일반을 나라의 지원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자부심과 일하는 엄마가 왠지 멋있는 것 같다는 나만의 마지막 자존심이 있었다. 그러나 웬걸, 다른 선배들 말처럼 자존심은 어느 순간 자괴감으로 다가왔다. 일하는 엄마는 왠지 모르는 대역죄인이었다. 아이들과 보낼수 있는 시간이 적다 보니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문화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아들의 하루일과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파김치가 돼 들어오는 날이면 아들은 문 앞에 서서 “엄마 00 사 주세요” “엄마 00갖고 싶어요” 를 연발했다. 야 내가 돈 버는 기계냐? 라고 응수할라치면, 오후 4시부터 아이를 받아 씨름하던 친정엄마는 “ 야, 너 아들 원하는 거 사주려고 나가서 일하는 거 아니냐?” 라고 손자 편을 들었다. 난 외로웠다. 최근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든 건 아이의 같은 반 엄마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비교대상으로 ‘누구는 뭘 잘하더라’, ‘저 아이는 뭘 잘하더라’를 한번이라도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한다. 나는 내 아이를 낳으면 절대 비교하지 않으리라! 나도 그런 엄마가 돼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역시 자식농사는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었고 그리될 수도 없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워낙 얌전한 아들 녀석을 키우고 있는 터라 가뜩이나 심란한 마음 감출 수 없었던 어느 등원 날, 아들이 집에 와서 매일 이름을 불러대는 친구들 엄마를 어린이집 입구에서 만났다. 물론 그 엄마들은 아이를 잘 아는 전업주부였다. 아이들에 대해 아는 것도 많으니 나는 친해질 요량으로 아주 밝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엄마들의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이 여자 뭐 팔러 왔나 하는 눈빛으로 아래위를 보더니 “아…네네” 하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뿔싸 이거 머지 우리아들 싫어하나? 날 처음봐서 저런 표정을 짓나? 별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아 00 엄마시구나, 저 00이 엄마에요, 우리아이가 집에 오면 00이 좋다고 참 말을 많이 해요” 오지랖 넓게 한번 더 다가갔다. 돌아온 한마디는“우리아들이 원래 인기가 많아요” 하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다른 여자아이 엄마를 만났다. “아 안녕하세요?” 한번 더 용기를 냈다 “아 네네” 돌아오는 건 앞에 만났던 인기쟁이 아들 엄마와 비슷했다. “아 저는 00 엄마인데요, 저희 아들이 그 집 따님이랑 친하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더 거만한 웃음을 보이는 엄마의 대답은 비슷했다. “우리 딸이 좀 야시에요” 역시 앞면이 없는 사람과 마주하는 건 그리 어려운가요? 무조건 잘 모르는 사람에겐 자랑을 해야 하나요? 좀 친절 할 순 없나요? 나는 다시 한 번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그 엄마들과 잘 어울리지 않아 저런 표현을 나에게 하는 건가, 아니면 원래 요즘은 누가 자기 아이를 이야기하면 바로 자랑하는 게 트렌드인가? 일만하고 데리러 가는 나는 잘 모르는 방식이었다.

내가 생각한 대답은 적어도 “아, 우리아이랑 친하다니 좋으네요~ 그 집 엄마셨군요?” 라는 반응이었어야 할 거 같은데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긴 현대사회는 너무나 많은 스팸 전화와 각종 호객 행위와 불편한 친절을 부담스러워 하는 사회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짧은 인사와 작은 격려와 친한 배려가 얼마나 사람의 하루를 즐겁게 하는 지 우린 잘 알고 있다. 왜냐, 하루 종일 상처받기 바쁜 사회니까. 그래도 한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게 그 집 아이와 우리아이가 친구라는 게 지구상에서 연인이 될 만큼 어려운 확률일 것 같은데 조금 더 친절하게 서로 말했다면 좀 더 가깝게 얼굴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래도 자괴감이 들더라도 나는 내일 한 번 더 용기를 내볼 생각이다. 웃는 낯에 정말 침 못 뱉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다. 나는 워킹 맘이라 자주 아들을 데려다 줄 수 없으니까. 잘 못하는 엄마니까 그래도 내가 먼저 친절하게 대해 보려 한다. “안녕하세요? 저 00 엄마에요. 호호” 내일도 상처받을까 두렵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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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미 방송인

기사 수정 :   2017-06-12 21:27   김경진 기자
입력.편집 :   2017-06-12 21:27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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