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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세이 칼럼] ‘개(犬)판사’와 김이수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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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06.14 22:30
  • 댓글 0

‘영웅’에서 ‘악질 부역자’로 몰린
최근의 영장 전담 판사
여론재판이 판결에 영향 줄 수도

헌재소장 후보 청문회 목격 국민
새 정부의 사법권력교체 주시
정치인 인기영합 민중재판 옹호

 

김병길 주필

지금은 30대 청년이 된 이른바 ‘삼례 3인조’는 1999년 전북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3∼6년씩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재심 끝에 겨우 누명을 벗었다.

삼례 3인조는 2015년 3월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그해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받게될 형사보상금 11억4,000여만원 중 10%인 1억1,14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법원에서는 매일 수많은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재판 결과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살인범 누명을 쓰고 금쪽같은 청춘을 3∼6년씩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던 이들에게 형사보상금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는 의문이다. 당시 이들을 살인범으로 확정하고 감옥살이를 시킨 사람들은 아직 사과 한마디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950명의 판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헌법 103조). 법원에는 2,950개의 독립된 방이 있는셈이다. 우리사회는 그 방이 각자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면서 우리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2,950명의 판사들이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재판에 비하면 언론에 보도되는 재판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개(犬)판사 강부영은 개판사 중에서도 특급 악질 부역자.”, “이경재 변호사에게 얼마를 받아 먹었느냐.”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정유라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는 강판사를 비판하는 글 수천개가 올라왔다. “도망 다니고 증거 은폐 하는 사람을 불구속 하느냐”는 등 논리적 비판은 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강 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을 때는 “박근혜가 후퇴시킨 대한민국 민주주의 50년, 강 판사님이 제자리로 회귀시켰다”, “용기와 결단에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소신과 양심을 지키는 훌륭한 판사님” 등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강 판사는 두 달만에 ‘영웅’에서 ‘악질 부역자’로 몰렸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판사가 사실상 ‘여론재판’을 받고 있다.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판사 개인에 대한 이 같은 과도한 비난과 찬사가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그가 헌법재판관 재직시 민주당이 찬반 의견을 낸 판결 19건 모두에 민주당 의견과 일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이유로 국회 특정정당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된 사람이 헌재소장에 지명되는데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김 후보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군 판사로 배치돼 경찰관 4명이 죽고, 4명을 다치게 한 사고를 낸 버스운전사 배모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2012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사과라는 표현을 피하고 “마음 속 큰 짐”이라고 했으나 헌재 소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당사자를 만나 직접 사과했다.

배씨는 사형선고를 받고 32개월간 복역한 뒤 사형집행이 면제돼 풀려났고, 1997년 재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배씨를 뭘로 처벌했는지 잊어버리고, 실제 처벌이 집행됐는지 관심도 갖지 않았던 것이 마음 속 큰 짐 진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기원전 470∼399)가 활동했던 기원전 404년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패해 암울한 기운에 빠져 그 상처를 떠넘길 희생양이 필요했다. 아테네의 집권자 아니토스는 당시 지식인들이 미워했던 소크라테스를 그 대상으로 삼았다. 

아테네에는 오늘날 배심원 제도에 가까운 민중재판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결국 민중재판관들은 소크라테스에게 사형 360표, 벌금형 140표란 압도적 차이로 사형을 확정, 형이 집행됐다. 하지만 형을 선고하기 전 반론을 주장할 수도 없고 재판관들의 감정이 좌우했던 아테네 민중재판의 허술함이 두고두고 회자되어 왔다.

국민들은 새 정부들어 격변을 맞고 있는 사법부의 권력 교체를 주시하고 있다. 가면과 참모습을 혼동하고 오도하는 광장의 중우(衆愚), 사이비 진보주의자, 인기영합 민중재판을 옹호하는 정치인들에 휘둘리지 않는 판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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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길 주필

기사 수정 :   2017-07-19 21:14   노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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