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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칼럼] 발목잡은 잡문(雜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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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길 주필
  • 승인 2017.06.18 22:30
  • 댓글 0

“많은 교수가 정치나 관직에 관심을 둔다. ‘학자가 정치나 관직에 나서면 성공은 없고 종말만 있을 뿐’이라는 경구가 있다.”, “정치나 행정은 사람과 제도를 움직이는 일이다. 지식과 이론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교수가 강단을 떠나 성공하는 예가 드물다.” ‘너나 할 것 없이 큰 자리, 높은 자리를 찾아 앉는 세태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는 고(故) 신영복 교수의 글을 인용하며 “중년, 노년의 ‘전직’ 교수들에게 더 없이 귀한 경구”라고도 했다. 결국 자진사퇴로 낙마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에 펴낸 책 ‘남자란 무엇인가’에 실린 글들중에서 신문기사에 인용된 문장들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서 진짜 문제가 되는 대목도 있다. “세속의 법은 인간의 본능을 정복하지 못한다. 아무리 엄한 처벌을 내려도 매춘을 근절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법무부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성매매 특별법과 성폭력 방지법, 가정폭력 방지법을 집행하는 부서다. 성매매가 법으로 금지된 나라에서 성범죄 처벌을 책임지는 법무 수장의 ‘성매매 근절 불가’라는 확신은 자가당착이다. 

그는 각종의혹을 해명하면서 “제 인생이 전면적으로 부정되는것은 온당치 못하다. 인사청문회에서 칠십 평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달라”고 했다. 다만 1975년 12월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혼인신고를 한데 대해서는 “이기심에 눈이 멀어 실로 어처구니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사과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CCTV에 낱낱이 기록되고 있다. 삶의 흔적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세상이다. 고위공직 지명자들은 평생 해온 일과 언행이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진 채 더 깨끗할 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천하의 몹쓸 인간으로 내몰리는 수모를 당한다.

안경환 후보자는 자기가 쓴 책에 계속 발목이 잡혀 낙마한 대표적 인물이 됐다. 법무장관 후보자로 나서기 전에는 나무랄 것 없이 리버럴한 법학자였다. 하지만 그가 즐겨 쓴 허접한 잡문(雜文)들이 이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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