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울산광역시교육청
고객지원팀 주무관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여름이 느껴진다. 더운 날씨 때문에 살짝 지치는 이 순간 악성민원으로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불편해진다. 

올 1월부터 고객지원팀에 근무하며 일부 황당한 민원들을 응대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많아졌다. 서류 미제출로 전학을 불허하면 ‘학생의 인생을 책임지라’고 말한다거나, 단순 접촉사고와 관련해 보상을 했음에도 교사가 제대로 사과를 안했다며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며 요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측은지심’이다. 맹자는 측은지심을 타인의 불행을 남의 일 같지 않게 느끼는 마음, 즉 동정심(배려·공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뉴스들은 오로지 내 불편과 아픔만 생각하는 이기심들뿐이다.  

지금 학교현장에서 제일 큰 문제인 학교폭력도 이러한 맥락과 같다. 상대방이 얼마나 불편하고 아픈지 생각한다면 그렇게 잔인하게 친구를 괴롭힐 수는 없다. 무엇보다 대다수 아이들이 그렇게 냉정한 방관자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고등학생인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같은 반에 심각한 학교폭력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피해자 부모가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생징계 처분을 최소화하고 그 결과를 학생생활기록부에 등재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그 결과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이 있었고 피해자도 그 상황을 잘 극복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됐다. 나는 그 당시 피해자 부모가 보여준 용기가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미래 4차 산업시대에는 공부만 잘하는 아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미래는 기계가 가지지 못한 창의성과 감성을 가진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즉 인간에 대한 배려와 공감, 측은지심의 사랑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진심 자녀의 성공과 행복을 바란다면 지금부터라도 자녀의 인성교육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오는 자녀에게 환한 미소와 함께 따듯한 포옹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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