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미국대통령 중 외교관 경험이 거의 없으면서도 외교에서 큰 업적을 남긴 대통령들이 있다. 해리 투루먼과 영화배우 출신의 도널드 레이건은 각각 수에즈운하 사태 해결과 핵무기 감축이라는 큰 성과를 거둔다. 역대 최고의 국무장관으로 꼽히는 딘 에치슨과 조지 슐츠를 발탁한 뒤 4년, 7년 씩 믿고 맡긴 덕분이었다.

“어떤 ‘문’을 말하는 것인가?(Which Moon?) 요즘 (문재인 대통령 말고) 뉴스에 거론되는 ‘문’이 또 있어서…(Because then there’s another Moon in the news).”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이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기자가 “문(文)의 성명에 동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웃으며 한 말이다. 기자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 안보특보가 “북한 도발 중단시 한미 연합훈련 축소를 미국과 협의 할 수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나워트 대변인은 “(여러분이) 헷갈릴수도 있을텐데 이 사람(문정인)성도 문이다. 문 특보의 해당 발언은 개인 자격으로 밝힌 것으로 안다. 한국 정부의 전체 의견을 대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속에는 ‘문 대통령의 제안이라면 문제’란 의미가 녹아 있다. “어떤 문?”은 딱딱해질 수 있는 브리핑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농담처럼 내뱉은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문 대통령의 특보로서 행보를 주시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간 현안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생각을 드러내는 효과는 있었는지 모르지만 득 보다는 실이 커보인다. 경위가 어떻든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뉴스 메이커가 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보기에 안 좋은 건 둘째치고 그의 말이 곧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돼 정책에 혼선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코 앞에 둔 민감한 시점을 고려하면 그 뛰어난 논리와 영어 실력으로 백악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과 은밀히 일합을 겨루는 작전을 폈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게 뒤에서 조용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 특보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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