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30㎞ 내 원전 16기 ‘전국 최고’ 밀집도
원전 기술력 보유 업체·행정능력 기반 탄탄
소재 지역 형평성 고려 해체센터 유치 마땅

 

신장열울주군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지난 19일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의 ‘마지막’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며 여러 가지 과제를 남겼다. 그 중 하나가 당장 고리 1호기부터 시작되는 원전 해체 문제다. 
특히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 해체 기술력 확보를 위해 동남권 지역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 한편 원전 해체 산업 선도국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날 동시에 밝힌 ‘신고리 5·6호기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 문제와는 별개로 동남권 지역에 원전 해체 관련 연구소 설립을 천명한 것이다. 
‘연구소’라는 표현을 썼지만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 지역을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이하 원전해체센터) 입지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정말 환영할 일이다. 
무엇보다 2014년부터 원전해체센터 유치 운동에 뛰어들어 범시민 운동까지 펼친 울주군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군은 당시 센터 유치를 위해 울산시민의 40% 가량인 47만 여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전달했다. 또, 우리 군 에너지융합일반산업단지 내 3만3,000㎡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었다. 

울산 뿐 아니라 부산과 경주 등이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사업성 없음’으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돼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렇지만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새 정부가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에는 조성될 것을 확신하면서 울산 울주군에 원전해체센터가 들어서야 하는 당위성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우선 원전 관련 인프라와 연구 기반 면에서 가장 우수한 지역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군은 현재 사업 추진 중인 서생의 에너지융합일반산업단지(100만㎡) 내에 3만3,000㎡ 규모의 원전해체센터 부지를 진작부터 확보해뒀다.  

또, 우리 군에 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지난해 말 원자력선진기술연구센터 사업에 선정됐으며 지난 3월 ‘원전해체 핵심요소기술 원천기반 연구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서 원전 해체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안전성 제고 기술 개발 등 독창적인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유니스트 뿐 아니라, 국제원자력대학교대학원(KINGS)과 울산테크노파크 등 원전 교육·연구기관이 다수 입지해 있다.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원전해체와 관련 있는 플랜트와 화학, 기계, 에너지, 환경 등 울산 지역특화산업이 타 지자체보다 훨씬 더 많이 밀집돼 있다. 원전 관련 산업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도 많다. 원전과 관련한 우리 군 행정 능력도 앞서가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존 해양정책과를 해양원전과로 개편한데 이어 오는 7월부터는 ‘원전정책과’로 단독 부서를 만든다. 주민의 안전을 챙겨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원자력직 전문공무원도 채용해 일하고 있다. 그만큼 원전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울주군정을 펼쳐왔다는 얘기다. 
원전 소재 지역에 대한 형평성과 배려 차원에서도 원전해체센터는 반드시 울산에 조성돼야 한다. 
울산은 반경 30㎞ 내에 원전 16기가 위치해 있는 전국 최고의 원전 밀집 지역이다. 그럼에도 부산과 경주에 비해 수혜는 없다. 부산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수출용 신형원자로 사업 등을 대표로 들 수 있으며, 경주의 경우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한수원 본사 등의 혜택을 받았다.  

원전 해체 관련 국내외 시장은 천문학적 규모라고들 한다. 이번에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와 함께 오는 2019년이면 월성 1호기를 포함해 30년이 넘는 원전이 모두 8개로 늘어난다. 국내를 넘어 세계 원전해체시장은 2050년 약 1000조원(IAEA 추정)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원전해체센터가 울산에 들어서면 기업 유치와 고용창출로 울산 경제가 재도약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대통령께서 원전해체센터 건립을 명확히 밝힌 만큼 우리 군과 울산시민은 ‘울산 경제 회생’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뛰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울산시도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기획 TF’를 발족했다. 행정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시민 전체의 관심과 성원이 필수다. 

울산 주력산업의 쇠퇴로 인한 경기 불황 앞에서 ‘옛날이 좋았다’는 넋두리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원전해체센터 유치를 위해 우리 모두 각오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울산시민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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