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요금할인, 소송시 최대 1년간 보류…"정부가 국회에 떠넘긴 셈"

(노컷뉴스 자료사진)

오랜 진통 끝에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이르면 올가을부터 휴대전화 요금 절감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 시행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송도 불사하겠는 이동통신3사의 반발을 무마해야 한다. 만약 업계의 행정소송이 인용되면 통신비 절감은 적어도 약 1년 뒤로 미뤄진다. 보편요금제 도입의 경우,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한데다 국회 통과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지금으로선 막연하기만 한 상태다. 

◇ 내 통신비 언제, 얼마나 내리나…요금할인율↑ 지원금 상향 가능성도

먼저 기초연금을 받는 노년층은 매달 1만 1000원씩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 기존에 감면 혜택을 받아온 생계·의료급여 수급자, 주거·교육급여 수급자 등도 추가로 1만 1000원씩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저소득층 감면 혜택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11월쯤엔 시행될 전망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오는 9월부터 6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 기준으로 3000원 정도 할인받는다.

휴대전화 구매 시, 두 가지의 '할인' 선택지가 있다. 단말기 값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받는 것과 매달 나오는 통신요금을 일정 비유로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에 가입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두 번째 안, 선택약정의 요금할인율을 현행 20%에서 25%로 늘린 것이다. 

6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는 현재 20% 요금할인을 적용했을 때 1만 2000원(6만*0.2)을 할인받던 것에서, 25%로 상향되면 1만 5000원(6만*0.25%)으로 3000원 더 할인 받게 된다. 

4만원 요금제는 기존 8000원씩 할인되던 것에서 1만원으로 2000원 추가 할인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4인 가족 기준, 연간 14만원 정도 가계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다른 통신비 절감 대책인 '보편적 요금제'로 '무제한 음성통화에 1GB 데이터를 2만원대'에 제공하는 상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3만 원대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서 최대 1만 원 가량 데이터 요금제 하한선이 내려가는 셈이다.

그 이상의 요금제에서도 데이터 제공량이 늘어나 소비자들은 현재 요금제에서 한 단계 낮은 요금제로 갈아타면서 매달 1만 원 이상 요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오는 10월부터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도 사라져 선택약정 할인율이 오른다면 지원금도 따라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지원금이 상한제(33만 원)에 묶여 있어 할인 폭이 요금할인에 못 미쳤다. 오는 9월 30일 일몰 예정인 상한제는 10월 1일부터 폐지, 지원금 추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통사가 당장 매출에 타격이 큰 요금할인으로 가입자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대안인 지원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요금할인은 통신사 입장에선, 마케팅 비용과 매출을 함께 줄일 수 있지만, 지원금은 마케팅 비용과 매출을 동시에 늘리는 효과가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양환정 통신정책국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손익이 똑같다는 전제하에 매출이 주는 것보다 비용이 늘어나는 게 낫다"며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지원금의 할인 수준이 요금할인율과 같은 2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 25% 요금할인, 소송시 최대 1년간 보류… "보편요금제. 정부가 국회에 떠넘긴 셈"

그러나 통신업계는 지원금 인상에 회의적이다.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통신사로서는 마케팅 비용을 늘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금할인율과 지원금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금할인율 인상은 제조사 지원금까지 더욱 위축시킬 전망이다. 단말기 구매 시 지급되는 공시지원금에는 이통사뿐만 아니라 제조사 장려금도 포함되지만. 요금할인은 통신사가 온전히 부담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요금할인이 이른바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지원금을 굳이 올릴 이유가 없다.

게다가 제조사와 이통사의 지원금을 따로 표기하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제조사는 출고가 인하 압박을 피하고자 오히려 지원금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요금할인율 인상에 지원금 부담까지 떠안는 통신사로선,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게 된다.

선택약정할인 25%로 인상도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1년 뒤에나 시행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던 통신3사가 현재 법률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만약 통신 3사의 효력 정지 가처분 행정소송이 인용되고 본안소송까지 이어진다면 최대 1년여간 요금할인율 확대는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실제 소송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법정 다툼 외에도 할인율 상향 등을 담은 미래부 고시안이 나오고 이에 따른 시스템 개편 작업 등을 진행하려면 정부가 계획한 '2개월 내' 시행은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한 미래부는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 내년 상반기에는 소비자들이 보편요금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다. 

그러나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은 미래부의 고시 개정을 통한 조정이 가능하지만 보편요금제는 법 개정을 거쳐야 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만큼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도입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본료 폐지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민간사업자 요금결정에 개입하는 등 위헌 소지가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 통신 3사의 반발뿐만 아니라 이미 보편요금제 수준의 상품을 출시 중인 알뜰폰 업체들의 '도산 위기'도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국회의 법률 통과가 필요한만큼 사실상 쟁점법안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가 가져올 효과는 인정하지만 쉽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면서 "사실상 미래부가 언제 실현될지 모를 인하방안을 국회에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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