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퍼스널 컴퓨터) 수요가 폭발적이던 1998년 경제잡지 포춘이 발표한 세계기업 브랜드 순위에서 인텔은 코카콜라·말버러에 이어 3위였다.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가 1968년 창업한 인텔은 1993년 PC용 반도체 펜티엄 CPU를 생산하면서 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이후 24년간 한 번도 왕좌를 내주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2017년 2분기 실적(잠정치)에 따르면 그런 인텔을 한국기업이 추월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1984년 “무모하다”는 비판에도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지 33년 만이다. 이미 3년전, 5년전 이건희 회장 때 결정한 투자가  지금 그 과실을 거두고 있다.

반도체 ‘원조’ 인텔보다 16년 뒤 뛰어든 삼성의 운명이 바뀐건 PC에서 모바일로 정보기술(IT)기기 소비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리자 소프트웨어 기술이 취약한 삼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가 컸다. 제조기술에 의존해 1등을 추격하는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론 3년을 못 버틸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나왔다. 작년 하반기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스마트폰 단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을 때에는 삼성의 ‘군대식 문화’가 도마위에 올랐다. 

삼성은 고비 때마다 끊임 없이 터져나오는 비관론 속에서도 2017년 2분기 1969년 창사이래 분기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제조 기업에 등극했다.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구겠다’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꿈이 승부사인 아들 이건희 회장을 거쳐 손자 이재용 부회장 시대에 결실을 맺게 됐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공장이다. 라인 하나 짓는 데 몇 조 원이 든다. 그래서 ‘달러를 태워 반도체 만든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래의 번영은 현재의 실적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투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선제적 투자, 주력산업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이 시급한 지금 삼성전자는 5개월째 오너 옥중경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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