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 시각 과거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발전시켜야 할 특성 보여
울산 약진 위해 가치관점 변해야

 

이재호
울산발전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장

지역학은 지역에 관한 역사, 지리, 사회, 경제, 문화, 자원, 의식과 가치 등 모든 소재가 대상이 되는 학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의미있는 특성을 찾아내고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의 자료를 기록하고 해석하며 주된 사건에 대한 인과 관계를 밝히는 학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학은 그야 말로 종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역사적, 문화적, 지리적, 사회적으로 각기 다른 특성들이 지역마다 존재하기 때문에 지역을 소재로 연구되는 내용이나 결과도 같은 것이 거의 없다. 지역마다 나타나는 특성들에 대한 이유나 원인을 찾는 연구결과들 자체가 지역학의 존재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성들은 시대 변화에 따라 합쳐지기도 하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기도 하며 기록이란 유산으로 그 가치가 인정되어 다음 세대에 전달되기도 하고 잘못된 해석이나 오류로 인해 후대 전승의 가치가 없어져 사라지기도 한다. 의미있는 내용들을 찾아 발굴해 내고 해석하여 유산으로 남기는 것이 바로 지역학의 한 가치임에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지역학에서 주로 연구 돼 왔던 내용들에 대한 시점의 기준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역학의 주된 시점은 ‘과거에서부터 현재’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과거의 사실에 관한 여러 가지 기록을 바탕으로 파생되는 현상들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내용들이 지역학의 주된 적용 방식이었다. 

과거 시점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지역마다 다른 특성이 나타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연적·물리적 환경이었다. 예전에는 자연적·물리적 환경을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기때문에 지역과 지역을 가르는 중요한 경계가 됐다. 산과 강이 경계를 이루었고 그 속에서 고유한 환경을 배경으로 특성이 나타났고 생활 풍습과 관습이 형성되었을 것이란 가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살아가는 양식이 굳어지고 고유한 제도와 생활 방식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날에는 자연이 주는 물리적 경계가 예전만큼 지역과 지역을 분리하여 독특한 생활양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의미를 많이 잃어가고 있다.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음으로써 지역과 지역을 오가는데 따른 불편이 없어져 생활양식이 뒤섞이고 융합되어 새로운 문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알게 모르게 생활속에서 겪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학이 주는 현재 가치를 미래 시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범위를 좀 더 넓힌 개념이기도 하다. 미래 기준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해석하면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미래에는 국가 대 국가 간의 교류가 지역과 지역 간, 도시와 도시 간의 교류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학은 미래에서의 지역과 지역, 도시와 도시의 교류에 대비하는 하나의 발판 역할로서의 가치를 갖게 된다. 미래 기준에서 울산은 현재 어떤 도시여야 하는지, 무엇이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인지를 현재에 적용해 볼수 있게 된다. 현재 기준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준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지역학에 적용한다면 현재 지역학에서 찾아내어 발전시켜야 할 특성들이 과연 무엇일까하는 것을 가늠해 보는데 도움이 된다.

지역학은 다른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생활양식과 의미를 찾아내고 해석하고 또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자체적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셈이며 결과물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응용하고 발전시키고 상품화시켜 부가가치를 높인 도시로의 모범적 모델이 미래 관점에서 본 현재의 바람직한 울산 모습이 될 수 있다. 

지역학의 가치에 대한 시각을 미래 관점에서 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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