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폐로·해체 기회로 활용
원전 해체 기술 차근차근 쌓아나가
세계시장에 우수한 기술력 수출을

 

김준범울산대학교 교수·화학공학부

최근에 국내의 원자력 발전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의 역사에 대해서 살펴보면, 1971년에 착공해 40여년 전인 1978년에 고리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해 세계 21번째의 원자력 발전소 보유국이 되었다. 수명을 다한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달에 발전을 멈추고 온도를 낮추는 폐로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우리나라는 20여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 전체 전기생산량의 1/3 정도를 충당하고 있다. 

에너지원별 전력거래단가를 비교해보면 원자력에 비하여 석탄이 1.5배, LNG가 3배이고 기름은 4.5배에 이를 정도로 원자력발전이 유리하다. 
독일은 2002년에 원자력법을 개정하여 원자로 신설을 금지했고, 2022년까지 모든 원자로를 폐쇄하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설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 기준으로 전력 생산의 26%를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했으며, 2020년까지 35%, 2030년까지 50%, 2050년까지 8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송전사업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받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력을 향후 20년 동안 정부고시가격으로 전량 구매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시행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함으로서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독일은 10년 전부터 착실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기료가 50% 가까이 수직 상승하고 있고,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랑스 등에서 전기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로 프랑스는 세계 2위의 원전 국가로 전력 생산의 85% 정도를 원자력 발전이 충당하고 있는 나라이다.
원자력은 발전단가가 저렴하고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어 환경 친화적이라는 장점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사고 발생 시에는 엄청난 재앙이 되고, 수명이 다한 원자로의 해체 과정에 대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단점이 있다. 

2014년에 1차 완공된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지하 100m의 암반 동굴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시설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작업복, 공구, 필터, 이온교환수지와 같은 방사능 준위가 낮고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짧아서 관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을 말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위치를 선정하고 건설하는데 20여년 이상이 소요된 경험으로 비춰볼 때, 실제 발전에 사용된 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건설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전까지는 중저준위는 지하 깊은 곳의 안전한 폐기물 처분장에 보관하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폐로 되는 원자력 발전소에 수십 년간 보관해야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현재 원자로 해체기술은 미국, 일본과 EU 만이 보유하고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신기술이다. 우리나라는 UAE에 원전을 수출했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한국 고유모델인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해 신규원전 수주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고리 1호기의 폐로와 해체를 소중한 수업의 기회로 활용해 원전 해체에 대한 기술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140여기의 원자력발전소가 해체 진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고, 향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수출할 수 있는 효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대부분의 사안이 그렇듯이 원자력 발전은 양면의 칼날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에너지 문제는 장점과 단점을 신중하게 고려해 사용과 대체를 적절히 양립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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