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도시 반세기 울산의 역사는
생태도시 탈바꿈 몸부림의 역사
한 그루 나무·녹지 도시품격 바꿔

울산 녹지·공원 개발에 앞장서
땀흘린 시청의 담당공무원들
시민들 공원 거닐며 노고 보답해야

 

김병길 주필

칭기스칸 기마부대의 유럽 정복은 거침 없었다. 그런데 단 한나라를 점령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독일로 진군할 때는 먼거리를 돌아서 심장부를 점령해야 했다. 독일은 나무를 워낙 많이 심어 놓아 숲길에서 기마부대가 고전을 했다는 얘기다.

미국을 여행할 때는 국립공원들을 빼놓을 수 없다. 개인이 자연을 소유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 제도’를 고안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들 스스로 ‘미국 최고의 아이디어(America’s best idea)’라고 자랑할 정도다.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 국립공원 제도를 수입해 갔으니 그럴만하다.

1916년에 출범한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이 지난해 ‘100주년’을 맞았다. 언론에서는 1세기 동안 지켜온 자연과 생태계를 집중 조명했다. 물론 미국이라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 논란이 없진 않다. 세쿼이아·킹스캐니언·요세미티 같은 국립공원에 가보면 곳곳에 도로·캠핑시설·슈퍼마켓 등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대부분 자연의 인위적 변형을 자제하고 방문객과 공존하며 후손에 대물림하는 원칙을 지킨다.

지구의 눈물이, 대지의 바람이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곳. ‘그랜드 서클’은 미국 유타주 남부, 애리조나 북부, 콜로라도주 서남부, 뉴멕시코주 북서부 일대에 펼쳐진 국립공원과 핵심 명소들이 산재해 있는 지역이다.

부탄이라는 나라의 국토는 한반도의 4분의 1 인구는 70분의 1인 작은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10분의 1인 가난한 나라지만 국민 97%가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나라다. 그들이 느끼는 행복의 정체는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지만 방향과 태도 만큼은 배울 점이 있다. 

특히 국토 면적의 60% 이상을 숲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헌법 조항에서 울림이 있다. 물론 우리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5조)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우리 헌법이 선언적이라면 부탄 헌법은 구체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피톤치트향이 그윽한 숲에서 몇 시간 머물다보면 부탄이 숲 면적을 헌법 조항으로 삼은 이유를 깨닫게 된다. 미세 먼지 하나 없는 맑은 공기가 코를 통해 폐 깊숙이 들어간다.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사람(人)이 산(山)에 있으면 신선(仙)이 된다. 불행한 신선이 있을까. 초록으로 가득한 숲 속에서 신선처럼 숨을 쉬는데 불행할 까닭이 없다. 

창 밖엔 회색 건물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울산의 상징, 공업탑 로터리에는 여러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중에 출근길에 매일 볼 수 있는 잘 생긴 소나무 몇그루는 볼 때마다 힘이 쏟는다.

7월 15일, 울산광역시 승격 20주년 기념일이 지났다. 그 날 인천에 있는 공원과 숲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울산광역시 녹지공원과 과장과 울산의 허파를 가꾸고 지켜온 직원 여러분, 그리고 나무와 숲을 사랑하는 ‘녹색포럼’ 회원들과 함께 도시녹화 선진지 견학에 나선길이었다. 전날엔 따가운 햇볕에도 아랑곳 않고 철도부지를 멋지게 활용한 서울 경의선 숲길을 걸었다.

쾌적한 도시가 되려면 주거와 녹지·교통 등 기본적 요소가 잘 갖춰져야 한다. 울산광역시 20년. 울산특정공업센터 지정(1962년)이 대한민국 부국(富國)의 현대사를 이끌어 왔다면 광역시 승격은 도시기반확충 등 삶의 질을 한단계 더 높여 또 한번의 점프를 가능케 했다는 평가다.

어언 반세기의 공업화 과정에  피폐했던 환경을 일신하면서 생태환경도시로 거듭나려는 몸부림 끝에 오늘의 울산은 존재한다. 기적의 현장인 태화강은 생태환경의 보고로 거듭나 국내외 주요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울산대공원(369만4,000㎡)과 태화강대공원(53만1,000㎡)은 울산을 공원 불모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게 하는데 일조했다. 공원과 지역의 녹지개발에 앞장서온 울산시 녹지공원 담당 공무원과 함께 떠난 서울-인천-새만금지역 견학에서 공원과 녹화 사업이 도시의 품격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그루의 나무, 한 뼘의 녹지를 가꾸기위해 땀흘리는 이들이 있기에 울산은 더욱 풍요로워 졌다. 녹지와 공원을 거니는 시민들 역시 함께 나서 그들이 흘린땀에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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