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개개인 인권 보장 위한 형벌권
피해자는 2차적 피해 사각지대 방치
국선변호인 제도 활용해 권리 보호를

 

이민호변호사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전제적인 국가권력의 과도한 형벌권의 행사는 줄이는 방향으로, 대신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은 늘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형법이나 특별형사법 그리고 형사소송법을 보면 확인할 수 있듯이 대부분 형사법에는 국가권력의 사법권 행사의 근거 및 사법권 행사의 객체로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만 규정돼 있는데 이는 국가권력이 형벌권을 행사할 때 반드시 법적 근거 없이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함과 동시에 행사과정에서도 법이 정하는 정당한 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해 놓고 있는 것이다. 

목적은 형벌권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권력의 무분별한 형벌권 행사의 남용을 막는 것이고, 모든 관심은 수사기관에서 범죄혐의를 받고 수사의 대상이 된 피의자와 기소돼 형사재판에서 유, 무죄의 심판을 받아야 되는 입장에 있는 피고인의 권리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이 기본적으로 형벌권 행사의 주체인 국가와 그 대상인 범죄자가 서로 대응하고 맞서는 구조에만 주된 관심을 두게 돼 있다 보니 막상 형벌권의 발생의 원인행위인 범죄의 대상, 즉 범죄의 객체인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성폭력 및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피해가 극심하고, 특히 범죄의 객체인 피해자들이 방어능력 및 법적, 사회적 해결능력이 취약함으로 인하여 이러한 범죄가 발생한 후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나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수사협조나 증언 등을 하는데 사실상 어려움이 많아 피해를 입은 사실이 분명하고 그 피해정도가 중대함에도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가해자인 범죄자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데 지장이 있거나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가해자나 그 가족들로부터 2차적 피해를 당하는 등 그동안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국가는 2011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2013년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서 방어능력 및 법적, 사회적 해결능력이 취약한 성폭력 및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해 형사절차에서의 출석권과 기록열람권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게 했다. 즉 피고인 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나 아동학대 피해자는 국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제도가 생겼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자나 아동학대 피해자는 누구라도 경찰수사단계에서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선임을 원하지 않으면 선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임을 요청하면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해당 변호사에게 통보하고 국선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국선변호사로 선정됐음을 통지하고 앞으로 모든 형사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주게 돼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경찰 및 검찰에서의 모든 수사절차에 피해자와 함께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법원에 요청할 수 있으며, 재판절차에서도 소송기록을 열람, 등사할 수 있고, 공판절차에 피해자와 함께 혹은 피해자 대신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심리의 비공개 신청, 신뢰관계인 동석신청,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요청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해당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고, 형사합의, 형사공탁, 형사조정, 배상명령 신청 등 피해배상 절차를 지원하게 되고, 필요하다면 형사고소, 관련 소송 등 지원, 언론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피해자지원 등 각종 법률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특히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처벌을 감면받기 위해서 형사합의를 하고자 가해자 본인이 직접 혹은 가해자 가족을 통해 피해자를 찾아가 지속적으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행위는 가뜩이나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피해자에 대한 2차적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 국선변호인이 선임돼 있는 경우 가해자측이 합의를 위해 직접 피해자를 찾아갈 명분이 더 이상 없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2차적 피해를 막을 수 있고, 국선변호사가 선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강요하는 등 행위를 하는 경우 새로운 범죄행위로 추가 처벌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인 제도는 그 효용성이 작지 않다.  좋은 제도를 잘 활용해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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