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낮에 거리를 걷다보면 6월인데도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다. 짧은 옷, 미니스커트에 각선미 노출이 美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한의원에도 다이어트문의가 속속 늘어난다.

요즘 들어 특히 산후보약을 먹어야할 시기에 다이어트한약을 먹겠다는 여성 환자분들이 있다. 산후보약을 지으러온 30대중반의 A씨는 사실은 살을 너무 빼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몸이 많이 붓고 살이 계속 쪘는데도 임신과 출산으로 살을 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찬찬히 들어보니 A씨는 배란이 잘 되지 않아 자연임신이 어려운 난임 환자에 속했고, 배란을 위해 산부인과에서 처방을 받았다. 난소를 자극해 배란을 유도하는 클로미펜을 복용했고, 그 이후에도 배란주사를 여러 차례 맞고 나서야 임신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임신하기 이전에도 10kg 가량이 증가돼 있었다.

A씨의 경우가 아니라도 난임 환자로서 산부인과의 처치를 받는 경우 부종, 체중증가,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가 있다.

배란이 안 되어서 난임을 겪는 경우에 서양의학의 치료법은 매우 섬세하고 유용하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배란촉진제로서 클로미펜을 첫 번째로 처방한다. 난자는 한주기에 한 개씩 배란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클로미펜은 난소를 과자극해서 한꺼번에 여러 개의 난자를 배출하게 한다. 클로미펜은 난소에서 난포의 성장을 자극하고, 난관으로 성숙난자를 방출하게 하는 인체호르몬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과연 이 약물이 건강한 여성의 몸에서 생산되는 호르몬의 완벽한 대용품으로 볼 수 있을까?

클로미펜이 부적당한 여성에게 투약되면 난소를 과자극해 난소 낭종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열이 오르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거나 두통, 불면, 복통, 유방통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클로미펜은 여성의 자연스러운 배란기능을 차단시키므로, 자궁경관점액을 감소시켜 정자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며, 자궁내막을 얇게 하여 궁극적으로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위 환자처럼 자궁경관의 점액이나 자궁내막의 얇아짐의 문제를 겪지 않고서 임신 및 출산에 성공한 A씨 같은 경우라면 다행이고 축복이다. 그러나 클로미펜을 복용했을 때 임신 성공확률은 6~13%정도이므로, 임신에 실패한 90% 내외의 환자들은 살이 찌고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임신은 많은 요소 중 어느 하나에 의해서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매우 섬세한 기적이다.  만약 난관 어느 부분이 막혔다면, 어느 한 호르몬의 수치가 약간 떨어졌다면, 적절한 시기에 배란이 되지 않았다면, 자궁내막이 1mm라도 얇거나 두껍다면, 자궁내막의 분비선이 프로게스테론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들 중 어느 하나라도 존재한다면 그달에 임신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어진다.

요즘 난임으로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은 이미 호르몬치료 및 인공수정 등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경우가 많다. 이에 한의사는 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에 앞서 몸의 자연적인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각 환자에게 알맞은 치료법을 찾아서 시행한다.

환자가 오면 한의사들은 망문문절(보고 듣고 물어보고 만져보는 것)을 통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변증(辨證)이라한다.

난임 환자들은 대체로 신허(신음허 신양허), 비허, 혈허, 심허, 어혈, 간기울결, 열울, 습담 등으로 변증 할 수 있는데, 오장육부나 경락 어느 부분의 기운이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고 부족한 곳은 보태주는 방법으로 치료에 임하게 된다.

이는 몸 전체의 에너지 균형을 잡아 자연 임신을 돕는 방법이다. 환자가 정확히 변증이 되면, 그에 알맞은 식이를 티칭해주고 경락의 균형을 위해 주1~2회의 침 치료를 시행하며, 오장육부의 에너지 균형을 위해 한약을 복용하게 된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 관리가 잘 되는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고, 습열이 과한 음식이나 정제된 탄수화물을 줄이도록 하고, 카페인이 함유된 기호식품을 자제하게 한다든지, 규칙적인 식사와 건강한 음식을 접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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