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주유소와 무인 주차장이 보편화 된지 오래됐다. 무인 개찰구를 지나 운전사가 없는 지하철을 타는게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 한국도로공사는 2020년까지 전국 고속도로 요금소를 전면 무인화 할 예정이다. 무인기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일본에서 정규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 만으로 살아가는 ‘프리터(freeter)족’이 등장한 지 꽤 오래됐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비정규직이 주인공인 작품이 많아 ‘프리터 문학’의 기수로 불리고 있다. 최근 한국에선 ‘알바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광고와 드라마가 많다. 하루키 문학이 프리터족의 자유로운 삶을 주목한다면 한국 드라마에선 비정규직의 비애에 앵글이 맞춰진다. 일본은 노동값이 비싼 사회이고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아 아르바이트로 기본적 생활이 가능하다.

내년 최저임금이 우여곡절 끝에 7,530원으로 최종결론이 나면서 2020년을 목표로 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 서막이 올랐다.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밀어붙이면서 풍선 효과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처럼 ‘무인화 시대’와 함께 ‘프리터족’을 양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라고 평생 아르바이트로 먹고사는 프리터족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더 큰 문제는 프리터족 양산이 초래할 부작용이다.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20년’ 동안 프리터족의 고용불안으로 만혼(晩婚) 현상이 보편화 되고, 출산율이 떨어졌다. 현재 30∼40대인 이들이 나이를 더 먹었을 때 연금사각지대에 놓여 노인 빈곤이 한층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부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정책 철학은 공감할 수 있다. 일단 손을 댄 이상 정교한 비용 계산과 배분 정책과 함께 반응을 예의주시하면서 그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중요한 대선공약이라도 실제 정책은 부작용까지 감안해 세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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