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규
건보공단 부산중부지사
보험급여1파트장

올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1977년 7월 1일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돼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농어촌지역의 확대 시행을 거쳐 1989년 도시지역 의료보험을 실시해 세계 최단 기간인 12년 만에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고, 2000년 직장 및 지역의료보험을 단일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되면서 질병치료 뿐만 아니라 예방, 건강증진사업까지 포괄적으로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건강보험은 지난 40년간 전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의료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높여 OECD 선진국을 상회할 정도로 국민 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4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평균 외래진료횟수가 14.9회, 입원환자 평균 재원일수가 16.5일로 OECD 국가 평균인 6.8회와 7.5일의 2배가 넘고 있다. 평균수명도 OECD 국가 평균인 80.6세보다 긴 82.2세이며, 영유아사망률 또한 출생 1,000명당 3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4명보다 더 낮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그간 고액의 치료비가 필요한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암, 뇌혈관질환, 희귀질환 등 재난적 질환에 대한 보장률이 80%에 달하고 있으며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개선해 국민 부담이 한층 경감 됐다. 나아가 본인부담상한제 등 저소득 계층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제도 개선과 출산환경 조성을 위한 임신출산 관련 건강보험 적용 확대, 장애인보장구 지원 등을 통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 등 건강보험은 의료비 걱정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보험급여를 통한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에 그치지 않고 예방 중심의 건강증진 사업, 담배소송 수행, 노인장기요양 서비스 등을 통해 국민의 평생 건강보장을 위한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일반 건강검진, 암검진, 영유아 건강검진 및 생애전환기 건강검진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건강검진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재가급여와 시설급여 등 다양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의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UN이 추진 중인 보편적 건강보장(UHC)의 롤 모델로 우리나라 주목하고 있으며, 2004년부터 현재까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56개국 540여 명의 보건당국 관계자가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국제연수과정을 마쳤다. 나아가 공단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건강보험제도 정책수립 및 설계를 지원했으며, 이러한 제도의 수출은 관련 인프라 수출도 동반하게 되어 병원 건립, 의료기기 수출, 보건의료 관련 정보기술(IT) 및 시스템 등의 해외 수출을 이루는 초석이 됐다.

지난 40년간의 괄목할만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고령화, 보편적 복지 확대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건강보험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도전을 받고 있다. 

우선 저출산과 고령화로 납입 보험료는 줄고 노인의료비는 증가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년간 합계출산율이 1.2명 내외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유지되고 있고, 보험료 납부자가 급속히 감소되는 반면에 건강수준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65세 이상의  노인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약 20조 원의 누적 흑자인 건보재정도 기획재정부 추계에 따르면 2023년이면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저부담 저급여 정책에 따라 2015년 기준 63.4%로 OECD 평균인 80%에 비해 크게 낮은 보장률 제고도 시급한 과제다. 고액 또는 중증질환 관련 보장률은 지속적인 제도 개선으로 현재 80%까지 향상 됐으나, 보편적인 보장률은 60% 초반대의 머물고 있어 국민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은 가계의 부담을 감수하면서 보험료가 비싼 민간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건강보험 보장률 향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하겠다.

건강보험은 지속가능한 건강보장 실현을 위해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강구돼야 하는데, 항구적 국고지원의 제도화, 지속적인 부과체계 개선을 통한 합리적 수입관리 및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에 의한 효율적이고 일원화된 지출관리 등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적정부담 적정급여’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부담을 통해 적정한 급여 수준을 확보함으로써, 국민의 민간의료보험 의존도를 낮추고 주요 질환에 대한 보장 수준도 더 높여야 한다.

건강보험은 지난 40년 동안 국민의 변함없는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 온 소중한 제도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금부터는 건강보험이 국민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선을 다해 보험자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