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힘이란 대체로 국가가 보유한 군사력이고, 지금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형태의 군사력은 단연코 육군이다.” 국제정치학계에서 ‘공격적 현실 주의’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말이다. 전쟁 승리의 가장 중요한 군사력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서 앨프리드 머핸의 ‘독립 해군론’, 줄리오 두에의 ‘전략공군론’도 있지만 미어샤이머는 둘 다 틀렸다고 단언한다. ‘국가의 힘은 공군과 해군의 보조를 받는 육군력에 근거한다’고 미어샤이머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에서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군 수뇌부 인사에서 대장급 7명을 교체했다. 육군이 독식해온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공군 참모총장이 내정됐다. 해군 출신인 국방부 장관에 이어 24년 만에 공군 출신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1948년 국군 창설 이후 처음으로 해군과 공군 출신의 쌍두마차로 군을 이끌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3군 균형발전’ 구상이 적극 반영된 국방개혁 신호탄으로 보인다.

군개혁의 목적은 첫째도 강군(强軍), 둘째도 강군이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과 재래식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국방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군 합동성을 강화하는 지휘구조 개편을 하되 군의 맏형격인 육군 전력 약화는 위험하다.

한국군 전체 병력의 80%가 넘고 각 군 배분 예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육군이다. 군사력의 핵심 중추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 할 수는 없다. 8월 8일 새 정부 첫 군 수뇌부 인사는 한국 육군에 또 하나의 ‘육치일(陸恥日·육군 치욕의 날)’로 기록 될 수도 있다. 잠시 주춤했던 육군의 추락은 다시 시작됐을 뿐이다. 이제 ‘닥치고 충성’만 있을 뿐이다.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던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실패를 새 정부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국방개혁 핵심인 ‘방어 위주 행정군대에서 공격 위주 전투 군대’가 되려면 공정한 인사시스템부터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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