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반달가슴곰과 공존' 워크숍…전문가 70여명 논의
"울타리에 가둬 둘 가능성은 희박"…서식지 확대도 검토

 

 

수도산에서 포획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연합뉴스 자료사진]

새 집으로 이사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이 버리고 떠난 옛집에 정착하게 될 것이냐.

두 차례나 서식지인 지리산을 이탈해 김천 수도산으로 떠났던 반달가슴곰 'KM-53'의 운명이 오는 17일 환경부 주재 워크숍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반달가슴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날 워크숍에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의 평가를 위해 환경단체와 학계, 기관 등에서 나온 전문자 70여 명이 참여한다.

특히 김천시와 거창군 등 반달가슴곰이 새로 정착하려 했던 수도산 인근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도 나와 곰의 거취를 놓고 의견을 나눈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이 워크숍에서 당장 언제, 어떻게 방사할지를 최종 결정하지 못하겠지만, 거취 방향은 정할 것"이라며 "이날 지자체의 입장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 과정은 또 "현재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이나 울타리에 가둘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지리산 재방사와 수도산 방사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5년 1월 태어난 이 수컷 반달가슴곰은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으나 귀에서 발신기가 떨어져 위치 파악이 되지 않다가 올해 6월 15일 서식지에서 90㎞나 떨어진 김천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곰을 곧바로 지리산으로 데려와 자연적응 등 훈련을 시키고 지난달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으나 곰은 일주일 후 경남 함양과 거창을 거쳐 다시 수도산으로 탈출했다가 포획됐다.

해발 1천317m인 수도산은 반달가슴곰의 서식 고도(1천m 부근)에 적합하고 먹이 환경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반달가슴곰들이 보호구역으로부터 10㎞ 안팎을 나다닌 경우는 있지만 KM-53처럼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해 같은 곳을 향한 적은 없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스스로 살 곳을 찾아 이동한 데다 다시 포획될 때까지 닷새간 움직이지 않고 머물렀다는 점에서 곰이 원하는 곳에서 살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 과장은 "이번 논의에 따른 결정이 향후 곰 서식지 확대에 대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지리산 반달가슴곰이 최소 존속 개체군인 50마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서식지 확대 논의도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한 반달가슴곰 종복원 사업 결과, 현재 지리산에는 외국에서 도입했거나 국내에서 출생한 개체를 포함해 총 47마리의 반달가슴곰이 돌아다니고 있다.

KM-53은 현재 해발 700m, 5천㎡ 규모의 자연 적응 훈련장에 머물고 있다.

문광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부장은 "사람이 먹이를 주는 걸 인지하면 자꾸 사람을 따르는 문제가 생겨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환경에서 먹이를 몰래 배치해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게끔 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워크숍에서는 KM-53의 거취 외에도 향후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확대, 분산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라며 "서식지를 넓히려면 밀렵 도구 제거나 인근 주민에 대한 교육, 홍보 활동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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