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특정집단 주장 말하지말고
국민이 처한 난국타개에 신경써야
이념논쟁 극한 대립·불신만 초래   

 

활인 스님 원각선원장

해마다 광복절만 되면 우리나라를 건국한 해가 언제냐를 가지고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자기네들의 전문영역인 역사학자들도 각기 다른 주장을 하고 있고, 이에 덩달아서 정치인들은 특정집단의 주장을 바탕으로 극명하게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서 민초들로서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국가가 성립하려면 ‘국민, 영토, 주권’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이것이 충족되었을 때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세 가지의 요건을 갖추어야 국제사회가 국가로 인정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1919년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수많은 애국지사와 순국하신 수많은 선열들이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지난한 세월 동안 싸워왔다. 바로 ‘영토와 주권’을 되찾기 위해 싸워온 것이다. 그래서 임시정부(망명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란 국가를 세우고자(건국) 독립운동을 했던 것이다.

대부분 임시로 세우는 망명정부는 영토수복이나 주권을 회복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틀을 갖추었거나 그렇지 않은 망명정부가 여럿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1959년에 14대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서 수립한 티베트의 망명정부가 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티베트인의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고 주장하면서 티베트의 자유부흥운동의 지도적 역할과 중국의 침략으로 발생한 약 13만 명에 달하는 티베트 난민(難民)의 사회복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면 티베트 망명정부는 망명정부로서의 권한이 소멸되며 즉시 해산된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또 이란혁명으로 공화국 체제의 정부가 들어서자 외국으로 망명한 이란 팔레비 왕조, 라오스의 급진 사회주의 정당 파테트 라오의 쿠데타로 프랑스 파리로 망명한 라오스 왕국, 에티오피아 제국 협의회 등이 있다.

정부 형태의 틀은 갖추지 않았지만 망명정부라 볼 수 있는 것으로는 나이지리아 군부에 대항, 독립을 선언했지만 성취하지 못하고 해외로 망명한 비아프라와 1918년 독립을 선언했으나 소련의 침공으로 해외로 망명한 벨라루스 인민공화국은 1991년 벨라루스가 독립하면서 해체될 예정이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센카가 이끄는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현재까지도 망명정부 상태로 남아있다.

한편으로 해체됐거나 사라진 망명정부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1919~1945)와 자유 프랑스 정부(1940~1945), 나치의 침공으로 프랑스 파리에 세웠던 폴란드 망명정부(1939~1990), 1938년 나치의 침공으로 프랑스에 설치되었다가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자 영국으로 옮겨 1945년까지 존재했던 체코슬로바키아 망명정부(1938~1945)가 있고, 미얀마 군사정권에 대항해 미국 메릴랜드 주에 설립되었다가 2012년에 해산한 버마거국일치내각 등이 있다.

위의 사례와 같이 망명정부가 수립되고 독립운동을 거쳐서 영토와 주권이 회복되고 나면, 이전의 국가체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체제의 국가를 건립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네 사정은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건립하면서 건국일에 대한 시비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 본다.

독립 후에도 이전의 국가체제를 유지한다면 따로 건국할 필요가 없으니 임시정부만 해체하면 될 것이고, 독립 후에 새로운 체제의 국가를 세우려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요건을 갖춰서 새로운 국가를 건립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립’함에 있어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특정세력의 주장을 검증 없이 사실화 하려는 시도다. 작금의 우리네 현실을 바로 본다면 누구에게도 이익이 없는 이념논쟁이나 주장으로 허송세월만 할 수는 없다. 그런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있을까 싶다. 제발 민초들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는 일들이나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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