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화목봉사회 박흥순 회장

 故 정주영 회장이 직접 농사지어
 나눠준 쌀 2가마로 이웃돕기 시작
 동료 10명과 ‘모비스 화목회’ 결성
 간식 아껴 이웃에… 직원들도 동참

 2010년 정년퇴임 후 본격 봉사활동
 화목예술단 14개팀 결성 재능기부
 이동밥차·이사봉사 등 실천봉사도
“울산시민 튼튼한 다리역할 할 터”

3,000명이 넘는 봉사원과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화목봉사회 박흥순 회장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을 위해 화목봉사회는 울산시민들에게 튼튼한 다리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만 기자 smwoo@iusm.co.kr

울산에 20개의 봉사단체와 3,000여명의 봉사원, 예술단체를 이끄는 분이 있다. 바로 화목봉사회 박흥순(66) 회장이다. 봉사의 큰 산을 이루고 있는 박 회장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  

◆쌀 두 가마니로 시작한 봉사인생

1988년 박 회장은 현대모비스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단조롭기만 했던 그의 봉사인생은 쌀 두가마니로 시작됐다. 

당시 고 정주영 회장이 직접 농사를 지어 직원들에게 쌀 두 가마니를 나눠줬는데, 박 회장은 그 쌀을 좋은 일에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회장은 “쌀을 받았는데, 내가 집에 들고갈 수 있지만 문득 더 필요한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동료직원들과 한포대, 한포대씩 모아 근처 주민센터로 가져가 ‘좋은 곳에 써달라’며 쌀을 전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회장의 집안은 누군가에게 나눠줄 만큼 넉넉하지 않았다. 
그에게 봉사에 대해서 알려주거나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다. 그런 그가 봉사활동을 마음먹게 된 이유는 유년시절 겪었던 상처 때문이다. 

그는 “아홉살 때 배가 너무 고파서 고구마를 훔쳐 먹었던 적이 있는데, 결국 고구마를 훔쳐먹은 게 들켜서 뺨도 맞았다”며 “그 당시 몰래 먹었던 아픔을 기억하며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화목봉사회를 이끌면서

쌀 두 가마니의 나눔을 시작으로 박 회장을 포함해 10명의 직원들은 ‘모비스 화목회’를 꾸렸다. 
이는 화목봉사회의 첫 명칭이기도 하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시간이 날 때마다 봉사를 다녔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간식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박 회장은 “처음에는 소수직원들끼리 시작했던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사람들이 내가 봉사하는 것을 알고 도와줬다”며 “직원들은 간식을 받으면 바로 먹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해주라며 내 책상 위에 간식을 올려놓고 갔다. 그렇게 모인 간식을 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줬다”고 회사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의 봉사정신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뜻을 함께한 사람들도 늘어났다. 2010년 정년퇴임 후 박 회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봉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사실 이름만 봉사회로 내걸고 실천하지 않는 단체가 많다”며 “나도 처음에 부족한 예산으로 봉사회를 이끄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실천하는 봉사를 하면 충분한 나눔을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목봉사회는 재능기부 활동이 많다. 14개 팀의 ‘화목예술단’도 그가 추구하는 ‘실천 봉사’ 중 하나다. 

박 회장은 “남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재능기부고, 실천봉사”라며 “화목예술단은 물론 이동밥차, 이사봉사, 목욕봉사, 각종 캠페인이 모두 재능기부를 통해 할 수 있는 봉사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화목봉사회 박흥순회장이 스토리나눔 토크강연쇼 ‘꿈파쇼’에 출연해 울산시민들에게 봉사의 참된 의미를 전했다.

◆박흥순에게 행복이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서, 봉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서 박 회장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특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회장은 “사실 남편이 봉사한다고 하면, 안 좋아 할 수 있는데 아내는 날 믿어주고 항상 뒤에서 지켜봐 줬다”며 “정년퇴임한 이후에는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항상 아내에게 너무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가끔 박 회장에게 “어떻게 봉사를 시작합니까”라며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그는 “일단 저지르세요”라고 답한다.  

박 회장은 “봉사가 서툴고 안해봐서 그렇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화목봉사회는 봉사활동이 어색하고,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봉사’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봉사가 좋아서 이 일이 행복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뜻 깊은 봉사활동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화목봉사회는 장애인만을 위한, 다문화가족만을 위한 봉사단체가 아니다. 
특정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봉사한다. 여기에도 박 회장의 생각이 담겨있다. 

박 회장은 “어느 한 그룹에 한정해버리면 거기에만 맞춰 봉사회를 이끌 수밖에 없다”며 “화목봉사회는 어려운 모두를 위해 봉사하고 싶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한정하지 않았다”고 의미를 전했다. 

요즘 박 회장은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 많은 분들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봉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화목봉사회 직원들과 더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을 위해 화목봉사회는 울산시민들에게 튼튼한 다리역할을 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