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시인·학교경영컨설턴트

지난 3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2021학년도 수능개편시안’에 대해 “현장의 수용 가능성이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저는 단계적 확대를 제안했다. 교육부가 의견을 더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올렸다.

2021학년도 전과목 수능 절대평가 실시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에 교육계에선 대통령의 수능 절대평가 공약의 시행 시기, 범위가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현재 중 3학년생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안을 내 놓았다. 현재 ‘영어, 한국사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4개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 2가지를 개편 시안으로 제시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수능은 학생과 학부모의 절대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전면 절대평가화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일부 과목 절대평가안에 무게를 실었다. 

교육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고교 1학년 때 배우는 공통과정만을 출제범위로 하고, 전과목을 절대 평가해야 한다는 시안을 유력하게 검토해 왔다. 하지만 대학본고사 부활 우려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불공정성 논란 등이 제기되면서 ‘절대평가 단계적 확대’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교육부는 11일 서울을 시작으로 16일 광주, 18일 부산, 21일 대전에서 공청회를 연 뒤 오는 31일 2가지 개편 시안 중에서 최종안을 발표한다. 

현재 중3 학생들이 보는 2021학년도 대학 입시 내용은 이처럼 번갯불에 콩 볶듯이 한 달 만에 숨 가쁜 일정으로 만들어진다. 공정한 교육경쟁체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정부는 그 동안 수도 없이 입시 제도를 바꾸었다. 이명박 정부의 입학사정관제나 박근혜 정부의 학생부종합전형도 입시에서 부모의 영향력을 차단하자는 취지였다. 올해 처음 실시하는 수능 영어 절대평가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대학입시 정책 핵심은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교육 기회를 주고, 경쟁 무대를 기울어짐 없이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수립 후 70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된 입시제도 하나 만들지 못한 채 해마다 학부모를 불안으로 몰아넣으며 수험생을 실험용으로 내모는 교육시스템, 사교육 팽창으로 공교육이 신뢰를 잃고 대학평준화를 이끌지 못한 채 부실대학만 눈덩이처럼 키워 청년실업을 양산한 교육정책을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한편 같은 날 서울교육청이 초등교사 선발 인원을 지난해보다 무려 88%(전국 45%)나 축소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에 서울교대생들과 예비교사들이 서울교육청을 찾아 ‘임용절벽’에 대해 항의하며 반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016학년도 960명, 2017학년도 846명을 초등교사로 선발하던 서울교육청이 올해 105명으로 선발인원을 줄인 이유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교육부는 그간 신규 교사 선발 인원 감축에 소극적이었기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하는 대기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서울지역 초등교사 대기자만 1,000명(전국 3,817명)에 달한다. 현행법상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3년 안에 발령받지 못하면 합격이 취소되는데, 이 기간 안에 예비교사 발령을 내주기 위해서 올해 신규교사 선발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 서울교육청의 해명이다. 한국교원개발원은 지난 2014년 ‘교원 수급 중·장기 전망 체계 구축 연구’를 통해 “교원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위해서는 매년·격년마다 5-10년 정도의 교원 수급 전망치를 마련·제공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3년 정도의 교원 수급 계획도 마련치 못하는 인사정책, 누더기가 되어 국가적 폐해를 입히는 땜질식 입시정책, 방향을 잃은 채 시대 흐름에 적응 못하는 교육을 이제는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

 지난 대선 기간 여러 대선 후보의 공통적인 교육공약은 국회에서 추천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였다. 10년, 그 이상의 장기적이고 중요한 교육정책을 이 위원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하여 대학과 각 시·도교육청에서 이행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정권 따라 바뀌는 입시·교육정책은 이제 끝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예의 인적자원으로 국운을 걸어야 할 시점에 조령모개 식으로 정책을 운영하는 부처는 존속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인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국가백년지대계’에 걸림돌이 되는 교육부의 존속 여부부터 고심해야 한다. 지방자치 시대에 맞추어 각 시·도교육청과 대학에서 교육부의 업무를 이행해 나가면 교육은 훨씬 특색 있게 진일보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한층 더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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