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척결·경찰 수사권 인정 등 촉구…최근 경찰 내부망 등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검찰공무원이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인터넷에 올린 검찰개혁 촉구 게시물이 12년이 지난 지금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국면을 맞아 경찰관들 사이에서 다시 화제가 됐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찰 내부망에는 '광복 60주년을 생각하는 검찰공무원'이라는 글쓴이가 2005년 9월30일 작성한 내부고발 글 전문이 올라와 불과 이틀 만에 조회수가 1만건을 넘는 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A4용지로 20쪽 가까운 분량인 글은 전관예우 척결, 경찰 수사권 인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찰 내부 감찰기관 개혁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 현재 상황과 닿아있는 있는 지적이 많다고 경찰관들은 평가했다.

글쓴이는 "일제시대 이후 그대로 전수되는 헌 칼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간직하며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은 절대 스스로 개혁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제도 도입 이래 그들이 걸어온 역사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관 변호사 문제를 두고는 "검사실을 자기 집 안방 드나들듯 하고, (검사들이) 이들을 영접해 별실로 데려가 모시고, 떠날 때는 머리를 조아리며 문까지 따라 나가 환송"한다면서 "그 이상 더러운 풍경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글쓴이는 '견제와 균형' 관점에서 경찰 수사권을 인정하는 방향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동의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종결권과 영장청구권은 유지해야 한다고 선을 그어 경찰과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는 "검찰은 경찰이 부패하고 무능해 수사권을 줄 수 없다고 나서지만 극히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라며 "진정 국민을 위하는 검찰인이라면 고비용 저효율의 잘못된 형사사법제도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썼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권을 인정해 경찰이 권한과 책임을 갖도록 해야 검찰도 썩지 않고, 경찰도 썩지 않고 이 나라도 썩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현 형사사법제도가 "사건 현장에 한 번이라도 더 가보고 피의자와 참고인 한 명이라도 더 조사해야 하는 경찰이 일일이 간섭과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라며 "우수한 경찰의 혼을 담을 수 없는 밑 빠진 항아리"라고 비판했다.

경찰에 대한 쓴소리도 있었다.

그는 "어차피 대충 수사한 후 검찰로부터 송치하라는 명령을 요령껏 받아내 송치하면 그만"이라며 현행 형사사법제도는 경찰이 소극적으로 일하고 결국 책임은 검찰에 미루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천직'을 뜻하는 'vocation'의 어원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부르다'라는 의미임을 언급하면서 "오랜 세월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업신여기고, 국민이 부여한 검찰권을 사유물인 양 휘두른 이유가 검찰직이 천직이 아닌 사람이 득세했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말미에 "경찰직을 천직으로 알고, 열악한 근무여건임에도 현장에서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경찰관들은 저희보다 더욱 고생하는 사람들이니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12년 전 글인데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읽었다", "안목과 용기에 감동했다" 등 글쓴이에게 공감했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한 경찰관은 "10년도 더 된 글이지만 현재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읽어도 진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현 형사사법제도 틀에서 경찰의 문제점까지 언급했지만 납득할 만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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