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1시 37분께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에서 화물운반선 내 RO탱크가 폭발했다. 현장에서 소방본부 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창원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지난 5월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타워크레인 전도 사고로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20일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에서 폭발사고로 4명의 근로자가 아까운 생명을 잃었다.

앞선 조선업계 대형 산업재해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고의 피해자 역시 하청(하도급)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다시 한 번 조선업계 하청 작업의 안전 관리에 '구멍'이 드러난 셈이다.

일감을 준 원청 업체들의 더욱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안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 올해 들어서만 크레인·지게차 등 사고로 수십명 사상자

2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해양 조선소에서는 건조 중인 7만4천t급 화물운반선 내 탱크가 폭발해 이 탱크 안에서 도장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숨졌다.

불과 3개월여 전 5월 1일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과 골리앗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구조물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현장 작업자 5명이 사망하고 26명이 다쳤다.

이 참사의 사상자도 대부분 근로자의 날 휴일임에도 작업에 나선 협력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이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지난 3~4월 지게차, 굴착기, 사다리차 작업대 등에 작업자가 치이거나 끼이는 사고로 원청 근로자 2명과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한국노총·민주노총으로부터 지난해 근로자 11명이 사망한 '최악의 산재 기업'으로 선정된 터라, 이 사고 이후 부랴부랴 창사 이래 처음 '전면 작업 중단' 상태에서 안전 점검까지 벌였다.

대우조선해양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9월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선박 엔진룸 도장 작업 중이던 사내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H빔과 천장 크레인에 끼여 숨졌고, 같은 달 21일에는 선급 감독관이 10여m 높이의 시추선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그보다 앞선 2015년에는 화재 사고가 잇따랐다. 8월 24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2도크에서 건조 중인 LPG 운반선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 협력업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11월 10일에도 화재로 협력업체 소속 50대 여성 직원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를 겪었다.

◇ '위험까지 떠넘기는' 하청구조…정부, '원청 책임 강화' 나서

이처럼 빈발한 조선업계 인명사고의 피해자는 대부분 협력업체 근로자들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조선업·건설업의 산재 사망자 중 하청업체 소속 비율은 다른 업종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촤근 3년간 산재 사망자 중 하청업체 근로자 비중은 건설업종이 98.1%, 300인 이상 조선업종이 88%에 이르렀다. 이들 업종에서 사고로 숨진 10명 중 9명은 하청업체 근로자인 셈이다.

지난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의원(정의당)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2012년부터 2016년 9월까지 조선업 대형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서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37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78%(29명)를 차지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의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6년 1~9월에만 9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이 중 6명이 하청 근로자였다. 자료가 발표된 2016년 9월 당시를 기점으로 최근 5년간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자 23명 가운데 하청업체 소속은 17명에 이르렀다.

노동계가 조선업 산업재해 책임의 상당 부분이 안전 의무까지 협력업체에 떠넘기는 원청 업체들에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후보 자격으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를 만난 자리에서 "사고원인을 규명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업무를 하청 업체에 떠넘겨서 정규직보다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높은 현실을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공약대로 고용노동부 등 정부는 지난 17일 하청 업체에 일감을 주는 원청·발주처의 근로자 안전 의무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재 예방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시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사실이 드러나면 원청 업체에도 하청업체(협력업체)와 똑같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된다.

원청에 대한 처벌 수위가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유해·위험성이 높은 14가지 작업은 아예 도급 자체가 전면 금지되고, 불산·황산·질산·염산 등을 다루는 작업은 원청 업체가 안전조치를 확실하게 마련했을 경우에만 도급이 허용된다.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안전성 확보와 관련,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에야 작업 재개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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