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어수선 할때는「정감록」같은 풍수도참에 근거를 둔 비결서(秘訣書)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대들어 식자층 사이에 많이 읽힌 비결이「송하비결(松下秘訣)」이다. 여기에 보면 ‘송하유돈(松下有豚)’이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얘긴 즉 ‘소나무 아래에 돼지가 있다’는데 이 문구가 핵(核)을 상징한다.

송(松)을 목(木)으로 해석하고, 돈을 돼지(亥)로 해석하면 ‘核(핵)’이라는 글자가 조합된다는 주장이다.「송하비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송하유돈을 근거로 해서 북한에 대한 핵 폭격을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4년에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2007년에 핵을 투하한다는 예언을 하고 있었다.

요즘 북한의 핵 협박을 지켜보면 예사롭지 않은 예언이었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공공연하게 북한 핵 폭격을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며 6차 핵실험을 한 것은 누가봐도 도박이다. 하지만 국제관계를 살펴보면 핵실험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미국과 잘 지내는 것은 물론 전략적 동반자나 준 동맹 관계를 맺고 지원까지 받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와 파키스탄이다. 이 두 나라의 핵 개발과 핵 실험을 복기해 보면 김정은의 노림수가 그대로 보인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가치와 인도·파키스탄 처럼 국익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국제 정세를 잘만 이용하면 핵 개발로 인한 제재 정도는 언젠가는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김정은의 전략이다. 1968년 김일성의 “우리 인민 군대의 장래 임무는 공화국 남반부를 해방하는 데 있다”는 말을 실천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대로면 대한민국에 악몽이자 재앙의 시나리오다.

따지고 보면 예언이라는 것은 사전에 그 천기가 누설되어 버리면 맞지 않게 된다. 앞서 대비하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동안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노력을 소홀히 해 지금과 같은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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