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몰락…감시와 견제 필수불가결
제대로 된 대의기관 되려면 자치단체와 함께 상생 해야

 

윤시철 울산광역시의회 의장

‘권력’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이 더 많다. 권력은 동전의 양면이나 양날의 검처럼 타인을 향하기도 하지만, 도리어 자신을 겨누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혹자는 권력을 갖긴 쉬워도 권력을 온전하게 누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늘 권력과 한 몸에 붙어 따라다니는 것도 무관치 않다. 권력의 달콤함은 유한 하지만, 권력의 비정함은 무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권력을 빼앗고,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는 혹독했다. 권력 앞에 인간의 목숨은 한낱 파리 목숨에도 미치지 못했다. 에드먼 버크는 ‘권력은 커질수록 그 남용은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으며, 세익스피어도 ‘왕관을 쓴 머리는 언제나 편안히 잠드는 법이 없다’라고 권력의 위험성을 일갈했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몰락과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권력이 권력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시와 견제는 필수불가결이며, 필요충분 조건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지방의회를 들여다보면 안타깝고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민의의 전당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기초이고 전당인가에 대한 물음에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지방의회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에 권력과 권한을 이양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적어도 지방의회가 바라보는 지방정부는 조금씩 쉼 없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앙정부 만큼은 아니지만 조직과 예산, 인사 등에서 지방정부의 힘은 절대로 과소 평가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는 끊임없는 자정과 개선, 의원 스스로의 자질 함양과 능력 향상에도 불구하고 의회를 의회답게 만드는 근본적인 구조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를 되짚어 보면 지방의회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에 대해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방관 내지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지방의회가 책임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지방의회는 불편하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의원들 곁에서 보좌를 하고 있는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지방의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요구와 주장을 십수년째하고 있지만, 한걸음도 진전을 보이고 있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의원들의 절대적인 양의 업무를 보좌해야 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집행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양심껏, 그리고 소신껏 일을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대통령도 정부도 중앙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양한다고 천명한 만큼, 지방정부도 이에 발맞춰 지방의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의회로 넘겨야 한다.

또한, 의원 한명이 소화하고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한계가 있다.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변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의회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의원들이 보다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길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책보좌관 도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의원 개인의 비서가 아니라 시민과 울산을 위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보좌관의 도움이 의회를 의회답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한 푼도 헛되이 낭비되지 않고, 집행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대안도 제시하는 한 차원 높은 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최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의원과 의회는 결코 권력자, 그리고 권력기관이 아니다. 다만, 시민이 부여한 사명과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권력이 아니라 최소한의 권한을 가질 때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함께 지방분권을 활성화하고, 지방자치를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다. 함께 가는 길이 상생의 길이고, 번영의 길이다. 그 길이 의회가 의회답게 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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