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존재 의의와 유일한 분단국가 언급하며 평화적 해법 강조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노컷뉴스 자료사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날인 21일(현지시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필요성을 전세계 정상들에게 각인시키며 날로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감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어떤 이슈도 한두 나라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된 오늘날, 전세계 정상 모두가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점인 한반도를 주목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약 15분간 진행된 문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핵심 키워드는 '유엔의 존재 의의'와 '유일한 분단국가', '촛불정부'로 요약된다. 

또 이 세 가지는 결국 대화를 통한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귀결된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 "유엔은 인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며 "전쟁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다"고 규정했다.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해야 할 과학·기술 발전이 오히려 대량 학살 참극을 부른 전쟁무기 개발로 이어져온 과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유엔이 창설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심상찮은 무력충돌 위기를 전세계 정상들에게 알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70년여간 인류 앞에 제기된 도전들에 유엔은 쉼 없이 맞서왔다"면서 북핵 문제 역시 그동안 평화적인 방식으로 분쟁에 개입해온 유엔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중반 "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다"며 인류의 온전한 삶을 말살하는 전쟁의 참화와 혹독함을 들췄다. 

특히 한반도는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냉전이 해제된 후에도 불안정한 정전체제와 동북아의 마지막 냉전 질서로 남아있는 점을 언급하며 유엔의 적극적 역할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뚜렷해지고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이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이 2017년 9월 오늘의 한반도"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려 했다. 

한국의 새 정부는 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려는 '촛불혁명'으로 재탄생했고, 전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평화적 방식으로 성취됐으며, 이는 유엔 정신과 부합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국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실체인 국민주권의 힘을 증명했고,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에서 토론하고 노래부르고 집회가 끝난 뒤에는 쓰레기를 치우는 등 폭력보다는 평화의 힘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도 부각했다. 

결국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 유엔이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화수호 의지를 높이 평가하고, 당면한 과제인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 개입해달라는 뜻을 전세계 정상들 앞에서 외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강한 제재, 실효성 있는 안보리 결의안 시행 등도 거듭 강조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겠다는 수단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강화돼야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밝혀 미국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장에서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평화에 대한 의미도 곱씹었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발언을 미국의 심장부이자, 유엔의 본부인 뉴욕에서 언급한 것은 백미로 평가됐다. 

전쟁과 분쟁이 없는 무개입 상황이 아닌 분쟁과 전쟁 조짐을 어떻게 평화로운 방식으로 막아내는냐가 진정한 평화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언급을 각인시키며 유엔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5개월 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의 입장 장면,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얼굴들을 상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한반도 위기 완화의 기제로 강조하기도 했다. 

또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또 하나의 촛불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전세계 정상들을 유일한 분단국가의 국제행사에 초대했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을 마친 문 대통령은 이날 전세계 120여개 나라 정상과 대표들이 참석한 유엔총회에서도 담담한 표정으로 연설을 마쳤고 큰 박수를 받았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북핵으로 촉발된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 유엔총회라는 외교무대에서 유엔의 논리로 호소한 것은 문 대통령 특유의 정공법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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