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위병' 빗댄 홍 대표 발언에 언론노조 "말문이 막힐 따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KBS·MBC본부를 '홍위병'에 빗댄 것을 두고, 언론노조는 "말문이 막힐 따름" "기가 찰 노릇"이라며 "세상을 편향된 이념의 눈으로 보지 말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22일 밤 '언론 적폐 인사들이 자유한국당의 홍위병임을 인정하길'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이날 홍준표 대표가 최고위원회에서 또 다시 아무말 잔치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홍 대표는) 현재 총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MBC본부를 가리켜 '참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마치 문화대혁명 당시의 홍위병을 연상시킨다'라고 말했다. 아시다시피 홍위병은 1960년대 후반부터 약 10년간 마오쩌둥의 권력 투쟁 선봉에 섰던 중국 공산당의 청년 운동 조직을 일컫는 말로, 정권 투쟁의 선봉대라 할 수 있다."

앞서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추석 연휴에 귀향 활동을 통해 이 정부의 잘못된 안보관과 경제관, 현재 진행 중인 방송장악에 대해 국민들이 좀 더 소상히 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노조를 겨냥해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을 연상시키는 작태는 앞으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지금 방송 파업 사태를 지켜보면서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가서 노조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교회 앞에 가서도 행패를 부리고 있다. 불법 파업을 중단하고 정상적인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 "2008년 홍준표 '국정원 내에서 체제 바꾸는 작업중' 발언대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등 권한 강화"

홍 대표 발언에 대해 언론노조는 "자유한국당의 발언이 도를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지만, 공당의 대표가 이런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엔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며 "아픔을 감내하며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을, 공정 보도를 되찾기 위해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언론노동자,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시민은 기가 찰 노릇이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화문을 가득 메운 1700만 촛불 시민들이 겨우내 '적폐 청산과 개혁'을 외쳤다. 언론과 검찰, 그리고 재벌 등의 개혁은 주된 요구 중 하나였다. 그러니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그런 국민의 요구에 따라 움직여야 마땅하다. 정권에 따라 선동을 일삼는 건 개혁을 요구한 국민도, 공정 보도를 위해 파업에 나선 언론노동자들도 아니다.

이어 "홍 대표가 말한 정권 투쟁의 선봉대로서의 홍위병은 지난 9년의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국정원의 '언론 파괴 공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문서에는 박근혜 정권에 앞서 이명박 정권이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어떻게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킨 홍위병들이 누구인지를 밝혀줄 명백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홍 대표는 지난 2008년 8월,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로서 '국정원 내에서 체제를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그의 말처럼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등의 권한이 한층 강화됐다."

언론노조는 "그동안 자유한국당은 대변인들의 성명을 통해 언론노조를 비난해 왔다"며 "'전위대' '완장질' 등 저열한 표현들로 가득한 성명과 브리핑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것은 그 수준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홍준표 대표까지 나서서 홍위병 운운하며 언론노조를 비난하니 정중히 답을 하는 것이 예의일 수 있다"며 "10년 전 당시 대표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좌파 운운하며 세상을 편향된 이념의 눈으로 보지 말란 조언이다. 이제라도 이성을 되찾아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홍위병'과 같은 표현의 바른 예는 이미 위에서 알려드렸으니, 아무쪼록 아무말이라도 상황에 맞는 바른 비유로 쓸 것을 권한다. 사족을 달자면, 자유한국당은 홍 대표가 주문한 대로 문재인 정부를 헐뜯는 비판 여론전으로 시민들 앞에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모처럼 열흘간의 긴 추석 연휴를 맞는 가족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이번 연휴는 지난 겨우내 휴일도 반납하고 촛불 집회에 나온 시민들 덕분에 생겨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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