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現重 부회장, 국감 출석 정부정책 불만 토로

“일감나누기 추가비용 들고 효율성 떨어져…정치권 요구 다 못 맞춰
  국책은행 운영 대우조선해양과는 다른만큼 똑같이 취급하지말아야”

1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의 군산조선소 재가동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이 12일 국정감사에서 “수주절벽으로 울산조선소도 2개 도크를 가동중단하고 해양사업본부 도크 1개도 중단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은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정치권이 민간 조선사의 도크 가동 문제까지 간섭하고 있어 가뜩이나 위기에 빠진 조선업계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권 부회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우선 울산조선소가 처한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현대중공업만 1년에 100척 이상 수주를 해야 하는데 올해 30척 정도밖에 수주를 못했다”며 “수주잔량은 현재 75척, 8개월 치 물량밖에 없으며 8개월 후면 모두(울산조선소까지) ‘올스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이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군산 조선소가 어떤 조건을 갖추면 재가동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권 부회장은 “연간 70척 이상 건조할 수 있는 물량이 2년 치 이상 확보돼야 군산조선소 재가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도 일감이 없어서 전체 직원 중 5,000여명이 근무하지 못하고 교육을 받는 처지”라며 “지금과 같이 수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4분의 1로 줄고, 가격 또한 절반인 상황에서는 재가동이 어렵다”고 부연했다. 

앞서 전북지역 정치권에서는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하라”는 압박을 여러 경로를 통해 계속 가해왔다. 최근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9,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수주하고, 향후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유조선 수주를 예상한 주장이다. 즉, 울산조선소의 일감을 군산조선소에 배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울산조선소 역시 총 10개 도크 가운데 2개를 가동중단하고 ‘조선도시’라 불리는 울산 동구뿐만 아니라 지역 전체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울산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울산조선소의 도크 대신 1개뿐인 군산조선소를 가동하면 추가 비용부담이 들고 작업 효율성까지 떨어진다”며 “사상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자산까지 다 팔고 있는 민간 기업이 정치권의 요구에 맞추려고 손해 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권오갑 부회장 역시 이날 국감에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회사와 개인이 열심히 일하는 회사를 똑같이 취급해주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전 임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고 저 자신도 4년째 급여를 안 받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정부가 경쟁사인 대우조선을 지원하면서 저가 수주경쟁이 벌어진 데 대해서도 토로했다. 그는 “(조선업이)자본시장 원리대로 시장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왜 조선산업이 이렇게 됐는지, 왜 국가에서 현재 4~5개의 조선소를 운영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우조선과 STX조선해양,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대주주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