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뺏은 재미있는 기계 스마트폰
1인 가구·소통의 부재 만든 장본인
치열한 대화로 감정적 허기 채우자

 

이남미
방송인

늘 자주 찾던 상가 주차장에 주차요금을 받으시던 아저씨가 계시지 않고, 삭막한 무인 정산기로 바뀐 걸 본 순간, 필자는 그 순간이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마치 헤어진 애인의 빈자리를 느끼는 것처럼, 마음이 안타까웠다. ‘저기서 요금을 받던 아저씨는 어디 가셨을까? 지금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하는 생각이 항상 머리를 스친다. 

기계는 늘 냉정하다. ‘요금을 정산해 주십시오. 요금은 1,500원 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정말 덧정 없다. 항상 냉정하다. 요금을 받던 아저씨는 “아이고 오래 계시네. 할인권 없능교? 5,500원 인데 5,000원만 주이소. 안녕히 가이소” 하는 애정어린 이야기가 잠깐이라도 오간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차안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건물의 사정도 있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사람이 기계로 교체 됐겠지만 바뀐 무인 정산기는 무언가 더위를 잃어버린 가을 날씨 같다. 기계에 많은 걸 뺏겨버린 요즘이다. 

어디 주차 정산기 뿐이겠는가. 전화기 변화는 너무도 빨라 따라가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언제 1인 1전화기가 그리 쉬웠던가. 학창시절 좋아하는 남학생 집에 전화를 걸 때 우리는 친구 집에 모여 함께 전화를 걸었다. 왜? 전화는 집 전화만 있었던 시대였으니까. “니가 해바라, 아이다 내가 해보께, 엄마가 받으면 우짜노?”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 그 친구 엄마에게 내 목소리라도 들길까 겁이나, 엄지와 검지로 코를 막고 “여보세요, ○○ 있어요?”라고 이야기 하면 수화기 넘어○○ 어머니는 “그래. ○○ 있는데, 니는 와 코를 막고 이야기 하노?” 라고 돌직구를 날리셔서 깜짝 놀라 전화를 끊어버린적이 있다. 

추억 돋는 이야기는 추억일 뿐, 요즘은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몰래 들을 수 없는 시대다. 누구인지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전화번호가 상대방 전화에 대문짝만 하게 떠버리고 몰래 그 사람 전화번호를 저장하려고 하면 카카오톡에 이름과 사진까지 떠버리니, 몰래 누군가를 흠모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좋아 할 때도 빠른 답변을 기다리며 고백을 하고, 누군가를 정리 할 때도 삭제버튼을 누르듯 지워버리는 요즘이 된 것 같다. 

한때 ‘왕따’라는 말이 전국을 돌며 퍼졌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었다. 물론 요즘도 어디에서 존재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왕따’란 말은 이제 더 이상 사회적 이슈가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이 사라진 데에는 휴대폰이나 1인 미디어가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없어선 안될 전유물이 돼 버린 휴대폰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으니, 어쩌면 친구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누군가에게 물어볼 필요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물어보러 선생님이나 지인을 찾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노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가 됐다. 혼술·혼밥(혼자 술먹고 혼자 밥먹는), 누군가를 굳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밥 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혼자 하는 것이 더 익숙한, 괜히 조언을 듣거나 싫은 이야기를 비위 맞춰가며 할 필요가 없는 진짜 혼자가 편한 시대, 스스로 왕따를 자처 하는 때가 되어버린 듯하다. 

그런데 지금이 더욱 외롭다. 사람 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대고 말하거나 심지어 정산을 하고 예금을 할 때도 버튼만 터치하면 되는때가 되고 보니 감정적 허기는 더할 나위 없이 깊어진다. 각종 SNS에는 누군가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기감정만 나열하는, 서로의 마음은 알아서 해석해야하는 쌍방 소통이 아닌 소통조차 일방통행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도, 대화도, 관계도, 친구도, 내가 아니면 안보면 그만이다 라는 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이어나가고 오해가 생기면 만나서 풀고 때론 밤새 고민도 해가는 그런 때가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현대인들에게는 배고픔이 두가지 인데 감정적 허기와 진짜 허기가 있다고 한다. 진짜 허기는 당연히 배고픔 이고 감정적 허기는 외로운 데 에서 오는 머릿속, 마음속 배고픔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그 감정적 허기를 달래줄 진짜 이야기가 필요한지 모른다. 기계에 지지 않으려면, 각자 혼자 더 외로워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부딪치고, 대화하고 없던 이야기도 만들어 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욱더 치열하게 한마디라도 서로에게 건네야 하는것이 맞을 것 같다. 기계와 우리가 다른점은 매뉴얼대로가 아닌 생각대로 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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