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 고래고기 업자에 돌려준 검찰 수사, 진상 밝히기 위한 것
검경간 갈등 해석 안돼…정상적인 수사 그 이상 이하도 아냐

검찰 수사권 분리, 공수처·공정위·금감원으로 분산 다원화를
검사가 공수처 장악하면 안돼…검사출신 비율 1/4로 줄여야

분권시대 맞게 지방서 변화 선도해야…울산청이 역할 했으면
직원협의회 ‘고동소리’, 경찰 직장협의회 인정되는 시대 대비

지방청 중심 수사체제 개편 등 긍정적 변화 전국 확산이 목표
구성원 스스로 자부심·열정 가질 수 있게 조직문화 변화 노력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최근 울산 경찰에 대한 주목도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직원간 소통을 위해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직원협의회 ‘고동소리’,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 개편 등 제도적 변화가 발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 중심에는 황운하(55·사진) 울산지방경찰청장이 있다. 오래 전부터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해온 ‘검찰 저격수’답게 황 청장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오는 21일 제72회 경찰의 날을 맞아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만나봤다. 
대담= 이홍관 편집국장

-이제 취임한지 두달여가 지났는데, 소감은.

▲지난 8월 초 울산에 왔다. 울산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인데, 산업화를 이끈 주역의 도시, 공해와 노사분규, 혼란스러운 도시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겪어보니 그동안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가까운 곳에 바다와 산이 있어 매력적이고, 시민들의 표정도 훨씬 밝다. 두달이 금방 지나갔다.

-직원협의회 ‘고동소리’,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 개편 등 상당히 많은 정책을 추진했는데.

▲울산 경찰이 변화와 혁신의 중심에 서 있기를 소망한다. 경찰 개혁은 검찰 개혁과 더불어 시대 과제다. 경찰 개혁 없이는 검찰 개혁도 성공하기 어렵다. 본청에서는 개혁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방청 단위에서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자치 분권 시대에 맞게 지방 단위에서 변화를 선도해나가는 지방청이 있어야 한다. 울산경찰청이 그 역할을 했으면 한다. 경찰 조직 안팎에서 경찰 개혁을 위해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는데, 그것들을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

직원협의회 ‘고동소리’는 내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직원들의 1차적인 희망사항으로 경찰에 직장협의회가 인정되는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직장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국회에 관련 법도 계류 중이다.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제는 검찰 개혁에 대비한 포석이다. 검찰 개혁 이후 경찰 수사는 지금보다 훨씬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전문성과 공정성도 필요하다. 현재 수사체제로는 어렵다. 지방청에서 수사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문 수사관을 양성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구상해오던 개편 방안이다.

-울산지검이 불법 포획 압수품인 고래고기를 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뜨겁다. 경찰 수사도 한달여 정도 됐는데….

▲지난해 경찰에서 27t의 고래고기를 압수했는데, 경찰은 이를 전부 불법 포획의 증거품으로 봤다. 그만한 판단 근거도 있었다. 최종적으로 고래연구소의 DNA 감정 결과도 일부 판정불능은 있었지만 판정 가능한 것들은 불법으로 밝혀졌다. 판정불능도 시료를 잘못 채취한 것이지, 합법의 의미는 아니다. 여러 불법 정황이 있는데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21t을 업자에게 되돌려줬다. 상식적으로나 법리적으로나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업자들이 선임한 변호사는 이전에 울산지검에서 불법 포획과 관련한 업무를 했던 이른바 전관 변호사였다. 수사는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데서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소환조사 등으로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수사가 결정적인 단계에 이르면 압수수색이나 체포, 구속과 같은 강제수사가 필요한데,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장 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혹여나 수사에 방해가 되는 검찰의 처분을 우려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경찰은 철두철미하게 수사를 하고, 검찰은 절차대로 잘 진행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검경간의 갈등으로 보는 시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상적인 수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본사 이홍관 편집국장과의 대담에서 검찰 개혁, 지방청 중심의 수사체계 개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idacoya@iusm.co.kr

-수사·기소권 분리를 강조해온 이유가 있나.

▲검찰에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경찰 경력의 절반 이상을 수사 부서에서 지냈는데, 지금의 검찰 제도가 상당히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검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다는 시민들의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전·현직 검찰 수사관들도 지금의 검찰 제도를 비판하고 있다. 검사 개인이 나쁜 게 아니라 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검찰에 개입하지 않으면 정의롭고 공정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본질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영국의 액턴(Lord Acton) 경의 말이 있다. 검찰은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세계 어느 선진국의 검찰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에 수사권까지 더해지면 절대 정의로울 수 없다. 제도적으로 권력은 남용되고, 부패하고, 독선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검찰공화국’이다.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대 과제는 검찰 개혁이다. 누구보다 그 문제를 많이 알게 됐고, 조금더 현실적으로 전문적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관이기 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책임있는 한 사람으로서 공직생활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소신과 철학으로 자리잡은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굽히거나 타협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일관되게 주장할 것이고, 검찰은 물론 이에 소극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대상이 누구든 비판적인 의견을 계속 제시할 것이다.

-검찰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논의가 한창인데.

▲검찰 개혁은 수사권을 분리해 이를 어디로 분산할 것인가의 문제다. 공직자 부패비리는 공수처로, 기업의 부패비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찰은 현재 하던 수사를 독립적으로 하면 된다. 더 강화되는 수사권은 없다. 검찰로 일원화돼 있던 수사권을 뿔뿔이 흩어 다원화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수처는 검찰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구다. 성공적인 모델이 되길 바란다. 일각에서 ‘슈퍼공수처’ 이야기가 나오는데, 잘못된 것이다. 공수처 규모를 최대한 늘려도 검찰 규모의 100분의 1밖에 안된다. 공수처의 출범을 막으려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에서 비롯된 비판이라고 본다. 다만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는 데서 우려는 있다. 내부에서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공수처의 검사 출신 비율을 현재 절반에서 4분의 1로 줄여야 한다. 검사가 다시 공수처를 장악하면 안된다. 검사 경력이 많은 이들이 공수처로 넘어가 검찰의 파견소 같은 부작용이 생겨선 안된다.

-앞으로 계획은.

▲울산 경찰에서 시작된 긍정적인 변화가 전국 경찰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제 시작이다. 전국 경찰의 변화를 선도하는 울산 경찰이 되도록 제 역할을 다하겠다.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높은 자부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변화하고, 울산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울산 경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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