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 분사·스타트업 발굴로 혁신 돌파구 찾는 추세  
기존 경험·시간 축적으로 일군 현장기술 활용 위한 투자도 중요
울산경제진흥원 퇴직 기술자 창업지원, 기업·창업자 모두 도움

 

 

송봉란울산경제진흥원 창업일자리팀장

우리나라 벤처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의 말에 따르면, 1997년에는 우리나라 10대 재벌기업이 2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나 2010년에는 130만명만을 고용했다고 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기업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신규 일자리창출은 복지정책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살아남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극복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기업은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에 비해 속도와 유연성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사회현상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들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세계 각국 창업활성화 정책의 이유다.

이런 배경 하에 글로벌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노력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가 분사를 하는 방법이다. 특정 부서를 떼어 벤처기업화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가까이서는 현대중공업이 기업 전체를 사업부 별로 나누어 분사한 사례도 보았다. 또 한가지 방법은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인수합병하는 것이다. 자사와 연관성이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유한 벤처기업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신사업 분야를 인수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두 조직 삼성전략혁신센터(SSIC)와 삼성넥스트가 있다. 삼성과 연관성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인수합병하기 위한 곳으로,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발전가능성을 눈여겨 보며 스타트업이 가진 문화와 인력까지 존중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달리한다면 기존의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내에서 이미 파악된 시장 트렌드와 고객 가치, 축적된 기술로부터는 새로운 가치를 얻어낼 수는 없을까? 서울공대 교수 26인이 쓴 책 ‘축적의 시간’에서는 계속되는 경험과 시간의 축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현장 기술의 차별성을 강조함으로써, 우리지역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조기업들에게 큰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분명히 축적된 기술이나 아이디어들이 있겠지만 사업화하거나 핵심기술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속도와 유연성이 떨어지는 기업 환경과 경영상의 책임이 무거워서가 아닐까. 이런 기업들의 짐을 공공에서 나누어질 수 있다.  

2014년부터 울산경제진흥원에서 운영해 온 1인창조기업비즈니스센터에는 조선업 위기를 겪으면서 퇴직하신 분들이 입주해 창업하기 시작했다. 사무공간과 경영멘토링, 사업비용이 지원되는 가운데, 퇴직자들이 창업한 기업들은 다른 1인 기업들보다 훨씬 빠른 시간 내에 제품을 개발하거나 고객으로부터 수주하고 있다. 

이런 분들이 퇴직하기 전에, 몸담고 있던 회사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공공과 협력해 초기성장여건을 조성해 주는 분사창업지원은 어떨까? 자신이 가진 축적된 경험을 통해 회사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 계속 생산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자리복지는 없을 것이다. 기업은 일부 지분을 취득해 신사업이나 신기술 개발의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분사기업에 대한 책임은 덜 느껴도 될 것이다. 창업기업은 모기업의 계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안정적으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지역의 대·중소기업이 공공과 협력하여 퇴직대상자들에 대해 지원하는 분사창업은, 기존의 제조기반 대·중소기업 인프라가 풍부한 우리지역이 유리하며, 모기업과 창업대표에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최상의 일자리복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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